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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어린아이도 믿기 힘든 정부의 誤譯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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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5-13 10:21:11 수정 : 2008-05-13 1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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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감염 우려가 큰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재개를 결정하기까지 핵심 쟁점은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의 강화 문제였다. 우리 정부는 애초 30개월 미만 소라도 도축검사에 불합격한 소는 사료용으로 금지돼 있어 동물성 사료로 인한 광우병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관보에 실린 내용은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으로 부적합한 소라도 30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사료 금지 물질로 보지 않는다고 돼 있다. 우리 정부 설명과는 정반대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미국 정부 내에 혼선이 있었다며 미국 탓으로 돌렸다가 다시 우리 측의 영문 번역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실수할 게 따로 있지 국가 간의 협상과 조약에서 그것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먹거리 조약에서 오역이 있었다는 것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신생 독립국가의 희귀 언어라면 혹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몇 단계의 검토과정을 거친 조약에 이제 와서 오역이 있었다는 설명은 누가 보더라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쫓겨 미국에 ‘선물’을 안겨주기 위한 졸속 협상 시비가 그래서 이는 것이다.

서울의 광화문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촛불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문제가 사실 이상으로 과장되고 증폭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정부의 설명이 오락가락하고 끝내는 오역 해명까지 나오는데 그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야 3당은 소고기 개방조건이었던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조치가 정부 발표보다 후퇴한 점을 들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장관 고시의 연기 및 장관 고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낸다고 한다.

정부가 오역이었다는 변명으로 이 문제를 뒤덮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미국산 소고기 안전문제의 선결요건이었던 동물성 사료금지조치의 강화가 잘못됐다면 어떤 연유이든 협상의 중대한 결격 사유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고시연기 거부, 재협상 불가만 외칠 것인가.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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