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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못믿을 ‘北核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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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5-28 20:47:36 수정 : 2008-05-28 20: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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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미국과 북한이 요즘 속도를 내고 있는 북핵 폐기는 한마디로 진실한 핵 폐기가 아니다. 북한의 ‘사술’과 미국의 ‘정치적 타협’이 만든 부실한 합작품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런 주장의 논거는 첫째, 온갖 사술과 비정직함을 동원해 신고한 북한의 핵 폐기 신고 내용을 미국이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완벽한 북핵 폐기는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의 철저한 신고 및 폐기 ▲북한의 핵 생산 관련 모든 소재·시설·생산내역에 대한 철저한 신고 및 폐기 ▲미래 핵개발 프로그램의 철저한 신고 및 폐기 세 가지가 이뤄져야 한다.

북한이 미국에 신고한 1만8000여쪽 분량의 핵 폐기 관련 신고 내용은 세 가지 내용 중 영변의 5㎽급 원자로 가동내역 한 가지만 담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보유 중인 핵무기, 영변 외에 그간 세계 정보기관들이 핵 관련 지역으로 거명한 길주·박천·태천·평산·순천,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의혹을 가졌던 2개 지역, 그 외에 감추고 있는 비밀지역 등에 대한 신고가 누락됐다는 소식이다. 또 향후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고농축 우라늄 생산내역 및 생산량 등에 대한 신고가 빠진 매우 부실한 신고라는 전언이다. 게다가 신고한 플루토늄 생산량도 실제보다 적어 사술적인 신고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거짓과 사술로 가득 찬 북한의 이런 신고내용에 대해 핵 폐기 신고 합격증을 발부할 것이라고 한다.

둘째, 미국은 북한의 부실한 신고에 대해 검증조차 하지 않고 5300만달러의 중유 지원금, 1500만달러의 대북 경제지원 예산 집행 등을 상원에서 가결하면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할 태세다. 부시 행정부는 최종적이고 철저한 북핵 폐기에 대해선 미국의 차기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자신의 외교적인 성과 차원에서 북핵문제를 다루고 있다. 마침내 북핵을 폐기했다는 미국의 외교적 성과를 국제사회에 선전하기 위해 이미 폐품이 된 ‘냉각탑 폭파’라는 요란한 이벤트성 행사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북한 김정일 정권은 부시 행정부가 끝나기 전에 오직 테러지원국 및 적성교역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고 경수로를 획득하는 일에만 비상한 관심이 있을 뿐, 진정한 핵 폐기에는 의지가 없다. 북한이 선군정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핵 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김정일 정권은 선군정치를 예찬하고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비핵·개방·3000’에 대해 온갖 험담과 욕설을 퍼부으면서 극렬한 거부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폐기할 의향이 있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기왕 폐기할 핵을 이용해 남한으로부터 엄청난 실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호기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북핵 폐기 제안에 계속 극렬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핵 폐기 의사가 거짓임을 반증한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핵 폐기를 위해 성의를 다하는 양 온갖 사술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북한 간 사술과 정치적 타협으로 얼룩진 북핵 폐기의 협상 결과는 결국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사술과 정치적인 타협 차원에서 합의하는 북핵 폐기’를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핵 폐기’로 간주하는 경우 허상을 배제하는 실용주의적인 대북정책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보다 분명하고 정확한 내용과 범주를 정해 놓고 비핵화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그건 민족의 장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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