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직원 18년 만에 경찰진압 항의
◇8일 오전 KBS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KBS본관 회의실 앞에서 진입을 시도하는 KBS 노조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송원영 기자 |
KBS 노조 역시 KBS본관에 청원경찰이 투입된 것과 관련해 규탄집회에 들어갔으며, 언론시민단체들도 이날 일제히 “방송장악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잇달아 냈다.
이날 KBS본관은 이사회 개최를 저지하려는 KBS 직원들과 이사회 측이 신변 위협을 이유로 요청해 곳곳에 배치된 청원경찰 간 대치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이사회 개최 시간이 임박한 오전 9시45분쯤에는 양측 간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시이사회는 이사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늦은 오전 10시10분에 개회됐다.
남윤인순 KBS 이사는 개회 직후 건물 내부에 경찰이 배치된 것과 관련해 “방송국에 경찰이 들어오는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라면서 이사회장을 떠났다. 사장 해임 제청안 상정 자체를 반대한 이기욱 이사 등 야당 성향의 이사 3명은 격론을 벌인 끝에 안건 상정 여부에 관한 표결에 참여해 6대 3으로 통과되자 이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회의장에 남은 유재천 이사장과 권혁부, 방석호, 이춘호, 박만, 강성철 이사 등 6명은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을 표결에 붙여 찬성 6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낮 12시40분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KBS 직원들은 “1990년 4월 방송민주화 투쟁 이후 경찰이 사내로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경찰력을 동원한 이사회와 정권을 비난하며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공권력 투입 규탄 및 낙하산 저지 집행부 전원 삭발 결의대회’를 갖고 청와대 쪽으로 이동해 규탄집회를 열었다.
사측도 ‘경찰의 불법난입에 대한 KBS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사회는 KBS에 경찰력 투입을 요청할 권한이 없으며, 경찰도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넘어서 불법적으로 경찰력을 투입할 권한이 없다”면서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이러한 폭력적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공영방송 KBS를 유린한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언론자유 수호 차원에서 관련 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언론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KBS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이사회의 결정은 민의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하고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은 정 사장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KBS 이사회 내에서도 책임을 질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도 “투명한 운영을 하지 못하고 공영방송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530여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방송장악·네티즌 탄압저지 범국민행동’은 “오늘을 공영방송이 참담하게 유린당하고 언론자유가 처절하게 짓밟힌 ‘치욕의 날’로 규정한다”며 “공영방송을 유린한 방송 6적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KBS 이사회의 정 사장 해임 제청은 방송 쿠데타”라고 규정한 뒤 “해임 제청안을 즉각 철회하고 정 사장 퇴진 압력을 거둬들이라”고 주장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