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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이채영 "리틀 장진영? 영광이죠"

입력 : 2008-09-04 11:22:20 수정 : 2008-09-04 11: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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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금방이라도 눈물이 차오를 듯한 큰 눈망울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예 배우 이채영(22)은 외모와는 다르게 또래의 나이보다 여유롭고 성숙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데뷔 초부터 배우 장진영과 닮았다며 ‘리틀 장진영’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늘 꼬릿말처럼 그의 이름을 따라 다니고 있다.

“얼마 전, 함께 드라마 촬영 중이신 채시라 선배님이 저를 보시고 ‘너는 (장)진영이하고 정말 닮았구나’ 하시면서 ‘둘이 실제로 만나면 재밌을 것 같아’ 하셨어요. 예전부터 많이 들어왔지만, 저야 영광이죠. 얼마나 닮았는지 정말 저도 한번 꼭 뵙고 싶어요.”

이채영은 요즘 액션 훈련에 한창이다. 11월 방송 예정인 KBS ‘천추태후’에서 여전사 ‘사일라’ 역을 맡은 그녀는 강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5년 간 길러왔던 헤어스타일을 짧은 머리로 파격 변신하며 각오를 다졌고, 대역 없는 실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2개월 전부터 검술과 승마 등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다. 

“액션 훈련이 너무나 힘들어요. 오전에는 말 타고, 오후에는 무술을 배워요. (양 팔을 보여주며) 요즘 늘 이렇게 매일 밴드와 파스를 붙이고 다니죠. 뼈에 인대도 늘어났었고.(웃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요즘은 정말 여전사가 된 것 같아요. 사일라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저도 너무나 궁금하구요.”

이채영은 고등학교 때 모델로 활동하며 데뷔했다.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서도 연기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어느 날, 한 교수님이 진지하게 그녀에게 연기를 해보라고 권한 것이 계기가 되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드라마 ‘마녀유희’에서 데니스 오를 짝사랑하는 요리사로 출연했고, 이후 ‘아들 찾아 삼만리’에서는 막강한 재력을 지닌 집안의 막내딸로 미모와 재능을 겸비했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새침하고 도도한 ‘송희주’ 역을 맡아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았다.

“‘희주’ 역을 연기할 때는 도도하고 예쁜 척을 해야했는데, 스스로 민망해서 몰입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첫 회부터 모니터링을 했는데 어색한 연기에 어찌나 얼굴이 붉어지던지…. 신인이다보니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너무 귀를 기울이다보니 오히려 내 중심이 없던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자신의 지난 연기들을 꼼꼼히 분석하고 반성하면서 그녀는 요즘 연기의 본질적인 고민에 빠졌다. 촬영장에서 선배들에게 ‘연기란 무엇인가요?’, ‘왜 연기를 시작하셨나요?’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배우가 있다면 바로 이채영이다. 지극히 신인다우면서도 다소 엉뚱하게 비춰질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사항들이다. “요즘 함께 촬영 중인 김석훈 선배님은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배우는 믿음을 줘야한다. 그리고 배우는 스스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죠. 관객들에게 무엇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이채영에게 올해는 특별한 한 해다. ‘천추태후’ 드라마 뿐만 아니라 곧 개봉을 앞둔 영화 ‘트럭’에도 출연, 데뷔 1년만에 스크린 신고식을 치를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청바지와 이동통신사 광고 모델에 발탁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이슈로 인터넷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영광도 얻었다.

“사실 저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는 않아요. 어떤 이슈나 검색어 순위는 일주일 뒤면 아무도 기억 못하는 걸요."

사람들의 관심에 신인같지 않은 의연함을 보이면서도, 데뷔 이후 억울한 일이 하나 있었다며 갑자기 말이 많아진다. 한 잡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사진 촬영을 했는데 인터넷에 ‘이채영 화보 공개’ 식으로 나오는 통에 마치 스타 화보를 찍은 것처럼 와전되었던 것. "정말 되게 많이 속상했어요." 화보 촬영인 아닌 인터뷰 하면서 찍은 사진이었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단다.

"예전에는 목소리가 이렇지 않았는데, 요즘 '천추태후' 하면서 더 허스키해 된 것 같아요. 저 사실 애교 많은 성격이에요.(웃음) 나중에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걸요? 배역에 따라 성격이 자연스럽게 변해요. 작년 ‘아들 찾아 삼만리’ 때는 정말 여성스러웠거든요. 말할 때도 조신하고 얌전했는데, 이번에 천추태후 촬영에 들어가면서 말도 행동도 털털하게 하게 되고 그래요. 신기하죠? 말도 걸게 하고 목소리도 그렇고. 매일 트레이닝복 입고 검술 연습하다가 오랜만에 치마 입는 것도 어색해요. 아직 연기를 잘 모르니까,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너무 닮아가려하는 것일까요.”

그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몇 년 후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 연기 공부를 할 예정. “개인적으로 영어에도 욕심이 있고, 이론과 실질적인 것은 다르니까 꼭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요. 충분히 응용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싶어서 유학을 준비중이에요. 영국 석사 과정에 시험을 보려면 IELTS 시험에서 6.5~7.0을 맞아야 돼요. 아직 4년 정도 남긴했지만 벌써부터 틈틈이 영어 공부하고 있죠. 이 시간들을 그냥 지나쳐버리면 아깝잖아요? 20대는 한번 뿐인데.”

눈빛 하나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탁월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채영의 가장 자신있는 신체 부위는 '눈'이다. 대사 한마디 없어도 눈빛 하나로 연기를 해야하는 배역을 언젠가 꼭 맡고 싶단다. 

"제가 출연했던 지난 드라마들을 보니 그래도 눈빛은 좋았어요.(웃음) 대사 처리에는 아쉬움이 컸지만 눈은 말하고 있던 걸요. 이번 천추태후에서는 그런 아쉬운 점들을 보완해서 완벽하게 연기해보고 싶어요. 첫 사극이라 미흡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단력을 가지고 덤벼들 생각입니다. 기대해주셔도 좋아요.” 무술 연습 때문에 근육이 생겼다며 걱정하는 그녀에게서 고려시대 '여전사'의 단단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 사진 황재원 기자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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