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아이디어로 시장공략… '돌잔치업' 3년만에 직원 4명
◇17일 창업 준비를 하는 주부들이 장신구를 살펴보고 있다. |
이씨는 디자인 업체에 다니다 출산한 뒤 ‘애 딸린 아줌마’를 꺼리는 회사 분위기 탓에 어쩔 수 없이 사직한 아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씨는 회사에서 쌓은 실력을 그대로 버릴 수 없었고, 고심 끝에 바쁜 30대 직장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옷과 잘 어울리는 구두를 ‘세트 상품’으로 파는 아이디어를 고안해 냈다. 그의 예상은 시장에서 적중했고 여성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돌잔치 관련 상품을 파는 ‘돌잔치넷’을 운영하는 방인영(28·서울 송파구)씨도 인터넷에서 홀로 조그맣게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4명의 직원을 거느린 어엿한 사장이 됐다. 방씨는 “아줌마들의 창업 성공기가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돌잔치 대행사업 분야가 3∼4년 전에는 찾기도 어려웠던 아줌마 사장으로 가득할 정도”라고 여성 창업 붐을 전했다.
불경기 속에 젊은 주부들의 창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며 여성 사장을 둔 사업체는 2000년 102만개에서 2003년 114만개, 2006년 117만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6년 사이 전체 사업자는 21만여명이 늘었는데, 이 중 15만여명이 여성일 정도다.
창업 컨설팅 업체 ‘모든 창업이야기’에 접수된 창업 상담 건수 중 여성 상담자는 지난해 455명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350명에 달한다. 상담자 중 실제 창업자도 2007년 80명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130명으로 지난해 규모를 넘어섰다. 창업 연령대는 30, 40대가 90명으로 7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불경기 속에 ‘젊은 엄마’들의 창업이 이어지는 배경에 대해 출산 이후 재취업이 어려운 현실과 최근 소비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골드 미스( 30대 이상 40대 미만 미혼 여성 중 학력이 높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들과의 ‘이심전심’을 꼽았다. 여성 창업자들은 주로 생활 속 아이디어를 통해 여심을 사로잡고 있는데 땅콩기저귀, 스팀청소기, 음식물쓰레기통 등 주부들의 마음을 읽는 사업 아이템으로 시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다. 방씨는 “애 가진 엄마의 마음은 엄마가 가장 잘 알죠. 돌잔치가 끝나고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을 잘 알았냐’는 말을 들으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35)씨는 “지난달 아들의 돌잔치를 준비하면서 만난 감사엽서, 선물, 상차림 관련 업체 대표들이 모두 ‘아줌마’들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며 “내 또래의 여성들이 ‘사장’ 명함을 달고 사업가로 활약하는 모습에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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