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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보니]파리 드골공항 수하물 도둑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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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0-08 18:12:56 수정 : 2008-10-08 18: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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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수 프랑스 파리 거주·물랭호텔 대표
프랑스 파리의 드골 공항은 알리바바의 소굴이다. 프랑스 일간지들은 최근 ‘수하물털이 짐꾼 12명 체포’ 소식을 사회면 기사로 보도했다. 범인들의 집에서 총 45만유로(약 8억2000만원)어치의 장물이 압수됐다. 2004년 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적인 수하물 도난 사건이다. 드골공항에서 수하물 탁송을 담당하는 하청회사 직원인 절도범들은 절도, 범죄조직, 장물판매죄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훔친 물건을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를 통해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물로 압수된 품목들은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향수, 여행자수표, 보석 등 다양하다. 절도범 한 명의 집에서는 80켤레의 명품 구두가 쏟아져 나왔는가 하면, 다른 범인은 이탈리아인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절도범 조직이 잡힌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07년 접수된 피해자 신고가 3000여건. 파리∼서울 항공편 전용의 2터미널에서만 621건의 절도 피해 신고가 집계됐다. 신고를 포기한 피해자까지 합치면 1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드골공항 당국자는 “이처럼 10여명이 짜고 조직적으로 탑승객의 화물을 훔쳐온 절도조직을 발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6년 12월에 절도 혐의로 붙잡힌 화물 취급자 19명 중 한 명은 재판과정에서 “드골공항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훔친다”고 증언했다.

한국인 피해자들의 경우를 보자. 문화인 A씨는 파리∼프랑크푸르트 노선의 에어프랑스에서 2500달러의 현금과 비디오카메라를 도둑 맞았다. 목적지에 도착해 짐을 찾았을 때 가방은 엉망이 된 상태였다. 독일인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이들은 “독일인들은 절대 에어프랑스를 타지 않는다. 도둑 맞고도 아예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연예인 B씨는 파리∼런던 노선 에어프랑스를 탔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방의 일부가 열려 있고 현금 1000달러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지만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연간 파리를 방문하는 한국인은 30만명. 이중 얼마나 많은 여행객들이 드골공항에서 피해를 당했는지 알 수 없다. B씨처럼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피해가 더 많기 때문이다.

왜 드골공항은 이처럼 수하물 취급 절도범들에게 취약할까?

첫째, 느슨한 프랑스식 행정 때문이다. 피해자가 신고한 지 1년 반이 지나야 범인을 잡는 식의 수사 행태가 원인이다. 둘째, 수하물 취급을 소규모 하청회사에 맡기기 때문이다. 방대한 조직을 가진 공항 당국이 걸핏하면 파업을 벌이는 상황에서 소규모 하청회사가 모두 책임지는 식의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셋째, 드골공항이 워낙 ‘물 좋은 어장’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연간 8500만명의 외국인이 찾는 세계 1위 관광국이다. 드골공항 통과객만도 연간 수천만명이다. 넷째, 드골공항의 방만한 운영 행태 때문이다. 공항청장 자리는 은퇴 공직자들을 위한 자리로 각광받았다. 낙하산 인사로 자리를 차지한 은퇴 공직자들이 열성을 가지고 공항 운영을 할 리가 없다. 결론적으로 드골공항이 오늘날 세계 최대의 수하물 피해지역이 된 것은 낙하산 인사의 결과인 셈이다.

신근수 프랑스 파리 거주·물랭호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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