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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의 와인이야기] 와인 첨가물- 이산화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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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3-07 13:40:55 수정 : 2009-03-07 13: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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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무해한 극소량, 마실때 와인잔 돌려주면 냄새 날아가 어느 날 함께 와인을 마시던 친구가 와인 병 뒷면의 레이블을 보고 갑자기 ‘어’ 하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볼멘소리를 한다.

“와인은 100% 신선한 포도로만 만든다더니 웬 첨가물이냐” “정말 믿을 수 있나…”

유난히 웰빙 먹을거리에 관심 많은 친구는 쉽사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 사이에 먹을거리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올해 들어 수개월 동안 미국산 소고기 수입 때문에 사회 전체가 시끄럽더니 이제는 멜라민을 비롯한 중국산 여러 식품들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러니 당연히 와인에 들어 있는 첨가물에도 민감할 수밖에….

와인의 뒷면 레이블에는 이산화황, 혹은 무수아황산염이란 첨가물 표시가 돼 있다. 이들 성분을 많이 마시면 몸에 해소로운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이 성분은 첨가하지 않더라도 와인의 발효 과정에서 효모에 의해 아주 극소량이지만 자연적으로 생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와인에 들어 있는 이산화황은 수용성으로 아주 엄격하게 그 첨가량이 제한되며 적절히 사용될 때 인체에 해가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여러 차례의 실험과 연구 결과에 의해 식품에 들어 있는 이산화황이 적정량만 지켜진다면 인체에 무해하다고 결론 내렸다. 와인 말고 과일 주스나 말린 과일, 발효 빵제품, 그리고 소시지 등 다른 많은 식품에도 이산화황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여러 형태의 황 성분이 와인과 관련되어 무슨 역할을 할까?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양조하는데 ‘황(Sulfite)’은 주로 이산화황의 형태로 산화 ‘방지제(antioxidnat)’, ‘살균제(disinfectant)’, ‘방부제(preservative)’ 등의 역할을 한다. 즉 발효 시 이산화황은 박테리아나 발효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야생 효모를 죽여 발효가 효과적으로, 위생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레드 와인의 발효 시 껍질로부터 와인의 색과 폴리 페놀 성분을 효과적으로 추출할 때도 유용하다. 병입 시에도 이산화황을 극소량 첨가하면 산화 방지와 와인이 상하지 않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산화황이 너무 많이 사용되면 성냥불을 켤 때 나는 유황 냄새가 나기도 하고 처음 냄새 맡을 때 코끝이 아리거나 마신 후 목 부분이 따끔따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양이 많지 않더라도 천식 환자라든가 예민한 사람에게는 일반인보다 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달갑지 않은 냄새는 와인 잔을 돌려 와인을 많이 흔들어 주면 어느 정도까지 사라질 수 있다. 와인의 이산화황이 일반적으로 인체에 무해하다고 해도 천식이나 여러 가지 알러지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두통 등 여러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에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의 와인에 미량이지만 황 성분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이산화황 성분에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와인이 바로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로 양조된 오르가닉 와인이다. 양조 과정 중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소량 외에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으려면 와인 양조 시 굉장히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와인은 양조 시 산화되기 쉽고 야생 효모나 박테리아에 의해 원하지 않는 이상한 풍미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와인에는 오르가닉 와인보다 2∼3배의 황 성분이 들어 있는데 드라이 레드 와인, 그 다음 드라이 화이트, 드라이 로제, 스위트 레드, 스위트 화이트 와인의 순으로 이산화황의 첨가량이 증가한다. 당분의 양이 많은 스위트나 세미 스위트 와인은 병입 후 남은 당분으로 인해 발효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드라이 와인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황이 첨가된다. 

이인순 WSET 대표강사.
이산화황이 와인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의 명시는 나라마다 적용 기준이 다르다. 첨가물에 유난히 엄격한 미국은 유통되는 모든 와인의 뒷면 레이블에 반드시 ‘Contains sulfites(황성분이 포함되어 있음)’라고 표기하게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EU 내에서 유통되는 와인 레이블에는 이산화황의 첨가를 명기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모든 수입 와인에 이산화황이 포함되어 있음을 명기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에는 아직까지 레이블에서는 거의 보이진 않지만 아스코르빈산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아스코르빈산(비타민 C)은 산화 방지제 역할을 하는데 주로 가벼운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에 이산화황과 같이 병입 시 첨가된다. 하지만 이산화황과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기에 이산화황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역시 적정량이 사용되면 인체에 무해하다.

어떤 먹거리든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섭취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와인을 포함한 알코올 음주와 관련해서 더 중요한 것은 지나친 음주를 자제하는 것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지나치면 약보다 독이 되니 적정량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WSET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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