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내년 중 제로 혹은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고 신흥국가들의 성장도 일제히 둔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등 선진국의 내수가 급격히 침체양상을 보이자 신흥국가의 수출도 덩달아 줄어드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세계경제가 국제공조체제로 금융위기의 파고를 간신히 넘으니 ‘디플레이션’ 공포가 몰려오는 셈이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진국의 소비침체와 신흥국의 수출부진을 해소할 만한 뚜렷한 계기를 찾지 못할 때 과거 1990년대 일본경제가 경험했던 ‘잃어버린 10년’이 세계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선진국, 마이너스 성장 속으로=린이푸(Justin Yifu Lin) 세계은행 선임부총재는 지난달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8월 기준으로 미국·유럽·일본 등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제로 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 예측했는데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치도 이와 비슷하다.
국제금융센터는 2일 11개 글로벌 IB의 주요국 성장률 전망 평균치를 산출한 결과,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1.4%에 이어 내년에는 -0.6%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메릴린치는 내년 성장률이 무려 -1.8%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경제도 올해 0.5%의 성장에서 ‘제로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신흥국가, 저성장의 그늘 속으로=신흥경제권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올해 9.7%를 기록, 한 자릿수 성장세로 떨어진 데 이어 내년에는 8.4%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스탠다드 차티드(7.9%)와 UBS(7.5%)는 내년 성장률을 7%대로 낮췄다. 한국의 성장률이 올해 4.3%에서 내년 3.0%로 떨어지고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도 내년 중 1∼3%대의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주춘렬 기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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