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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합작자산운용사 설립을 주도한 조한백 메리츠증권 해외사업부장이 21일 베트남 진출과정과 향후 투자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베트남 합작자산운용사 설립을 주도한 조한백(40) 메리츠증권 해외사업부장. 21일 서울 여의도의 메리츠증권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자본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는 베트남이야말로 한국 투자자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국 카디프대 경영학 석사(MBA) 출신인 그는 세계 경영컨설팅회사 중 ‘빅 5’로 알려진 PWC코리아에서 선임 컨설턴트로 활약한 인물로 회사 내에서 내로라하는 경영기획 전문 컨설턴트다.
메리츠증권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한 적극적인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13일 베트남합작자산운용사 ‘탕롱메리츠자산운용 주식회사’를 설립했는데 조 부장은 뛰어난 경영기획 능력을 발휘해 사업을 성사시키는 일등공신이 됐다.
탕롱메리츠자산운용은 베트남 현지금융사인 탕롱파이낸셜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 등 베트남 금융회사 2곳과 메리츠증권이 공동 설립했으며 메리츠증권은 지분 40%를 출자하는 2대 주주로 최고투자담당임원(CIO)을 직접 파견해 투자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최대 주주인 탕롱파이낸셜은 베트남 주요 증권사인 탕롱증권사의 자회사다.
메리츠증권은 앞으로 베트남의 비상장 우량 기업과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비상장 기업은 주로 국영기업이 타깃이며 향후 민영화가 예상되고 5∼10년 사이에 급속한 성장을 이룰 기업들을 발굴할 방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속되고 실물경기 침체도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신흥시장인 베트남에 진출하는 자체가 다소 무모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조 부장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자신감에 차 있다.
우선 베트남에 투자하려면 지금이 최적기라는 판단이다. 베트남 주가지수가 단기간에 1200선에서 300선으로 내려앉아 주식시장의 거품이 제거되면서 시장이 적정 가격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누구도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한국이나 중국보다는 베트남 등 신흥 시장이 먼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이유로 베트남은 경제규모가 작고 가벼워 미국과 유럽 시장이 회복될 때 단기간에 파급 효과가 매우 빠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꼽고 있다.
두 번째 성공 가능한 요인은 이번 합작사에 증권 은행 건설업에 참여하는 베트남 유수기업이 합작사의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현지 사정에 밝은 로컬기업들로 네트워크가 대단히 잘 짜여 있어 시장의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개발도상국 시장의 변화 과정을 꿰뚫는 한국 증권사의 금융기법을 접목시켰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2006년부터 자본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해 불과 2년 만에 5배 이상 볼륨이 커진 상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시장 규모가 작아 진출할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미국이나 유럽의 메이저 투자사들도 조만간 눈독을 들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부장은 “탕롱메리츠자산운용은 합작사이지만 로컬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며 “메리츠증권은 메이저사들이 진출하기 전에 베트남 시장을 선점해 2년 안에 베트남 내 7대 자산운용사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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