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화로만 부탁” 발언 거짓으로 드러나
향후 수사 초점 ‘盧씨·박연차 커넥션’으로 이동
![](http://img.segye.com/content/image/2008/12/04/20081204001811_0.jpg)
4일 노건평씨가 대검 중수부에 구속되면서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비리 수사의 전모가 드러났다. 노씨는 정대근(수감 중) 전 농협중앙회장을 직접 만나 세종증권 인수를 부탁하는 등 이 사건 전체의 ‘주인공’ 노릇을 했다. 매각 성사 대가로 세종캐피탈에서 정화삼씨 형제(구속)에게 간 30억원은 사실상 ‘노씨 몫’으로 판명 났다. 노씨 구속을 계기로 검찰 수사는 노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수상쩍은’ 거래관계를 파헤치는 쪽에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 “노씨, 조연 아닌 주연”=노씨는 그간 언론에 “정 회장에게 전화해 ‘홍기옥(구속) 세종캐피탈 사장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라’고 말한 적은 있다”면서도 “그 대가로 돈을 받진 않았고, 경남 김해 상가 성인오락실도 나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 영장심사에서도 거듭 ‘무혐의’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이 발부한 노씨 구속영장에 따르면 노씨 발언은 대부분 거짓말이다. 노씨는 2005년 2월 김해 집에서 정씨 형제를 통해 홍 사장을 소개받았다. 홍 사장은 이듬해 1월까지 끈질기게 노씨를 찾았고, 올 때마다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할 수 있도록 정 회장에게 부탁해 달라. 일이 성사되면 사례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노씨는 그해 5∼6월쯤 김해를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시내 한 호텔에서 정 회장을 만난 노씨는 세종증권 인수를 부탁했다. 노씨의 ‘힘’ 때문인지 세종증권 매각은 성사됐고, 홍 사장은 성공보수 명목으로 29억6300만원이 든 통장을 내놓았다. 이 돈은 형식상 정씨 형제에게 건네졌지만, 진짜 임자는 노씨였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씨 형제가 홍 사장 돈을 받아 일부를 노씨에게 떼준 게 아니라 반대로 노씨에게 로비자금의 결정권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 형제는 노씨 돈을 대신 또는 공동 관리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노씨가 ‘주연’, 정씨 형제는 ‘조연’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1일 노씨 소환조사 때 이런 핵심 사항을 캐묻지 않은 듯하다. 조사를 마친 노씨 말을 들어보면 자기 혐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가 처음 당당했던 것도 검찰이 핵심 증거를 들이밀지 않은 때문이다. 검찰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카드’를 숨겼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노씨-박 회장 ‘비리 커넥션’=노씨는 박 회장과 2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노씨에 관한 의혹 중 몇 가지는 박 회장과 연결된다. 검찰은 최근 노씨가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옛 패스21) 주식 100여만주를 차명으로 보유 중인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 회사의 대주주가 바로 박 회장이었다.
문제는 이 주식 매입에 쓰인 자금 출처다. 노씨가 사실상 소유주인 정원토건은 2003년 12월 태광실업 계열사 정산개발이 발주한 정산컨트리클럽 진입로 공사를 수주했다. 당시 공사 대금은 32억여원으로 소규모 건설사인 정원토건에는 상당히 큰 돈이었다. 검찰은 노씨가 박 회장 ‘귀띔’을 받고 공사 대금 중 일부를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 주식에 투자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씨에겐 배임·횡령 혐의가 추가된다. 노씨가 박 회장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태광실업이 정원토건에 공사 하도급을 몰아주는 형태로 ‘사례’를 했다는 의혹도 향후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설립 초기 1년 매출액이 1억여원에 불과했던 정원토건은 참여정부 시절 연간 매출액 1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노씨와 박 회장이 아무리 친해도 청탁 대가로 금품이 오갔다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노씨가 구속된 만큼 검찰 수사가 노씨와 박 회장의 ‘비리 커넥션’으로 향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김태훈·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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