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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끊이지 않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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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2-05 20:32:05 수정 : 2008-12-05 20: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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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대통령 친인척 권력형 비리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한국정치가 떨쳐 버리지 못한 후진성에 대해 자조감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대통령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가 수없이 발생해 엄한 처벌을 받고 사회에 경종을 울린 것도 한두 번이 아닌데, 왜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각설이 타령’처럼 근절되지 않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가 농협중앙회에 대한 세종증권매각 로비와 관련해 수감된 것을 보고 느낀 일단의 소회다. 유난히도 자신과 자신의 주변은 깨끗하다며 도덕적 우월성을 자신하던 노 전 대통령도 전두환 전 대통령 이래 대통령 친인척이 권력형 비리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그래서 그런지 ‘백년하청(百年河淸·백 년을 기다린다 해도 황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투명해지고 맑아졌다는 평을 받는다. 기업의 경영이 한결 투명해졌고 정경유착 현상도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선거도 정말 깨끗해졌다. 그럼에도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없어지지 않고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적발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의 차이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현직 대통령의 아들들도 처벌된 경우를 생각해 보면,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살아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의 문제만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친인척은 공직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장삼이사’처럼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통령이 가진 막강한 권력과 권한이 친인척에게 이심전심으로 전달되어 ‘호가호위(狐假虎威·높은 사람의 권세를 빌려 행세하다)’의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이런 일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권력자의 도덕적 모델이 없어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권력자 주변엔 ‘권력 의지’만 넘칠 뿐, 도덕 의지를 함의하는 ‘선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생각해보면 조선시대에는 나름대로 도덕적 모델이 정립돼 있었다. 매미가 바로 그런 상징적 존재다. 조선시대 임금이 쓰는 관을 ‘익선관’이라고 했는데 매미의 날개라는 뜻이다. 왕관에 매미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슬을 먹는 매미처럼 청렴하고 집이 없는 매미처럼 검소해야 함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오늘날 우리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이 용으로 그려진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용이 상징하는바 최고의 권력적인 존재로서, 만인지상의 의미는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권력 의지의 상징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도 한결같이 용의 이름으로 불린다. 숨어 있는 ‘잠룡’도 있고 누워 있는 ‘와룡’도 있다. 문제는 용의 이미지에서 자신과 주변을 깨끗이 보존하고 청렴하게 살면서 공사를 가늠하라는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대통령 친인척 권력형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문양에 매미가 아니라 용이 그려져 있기 때문일까.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보면, 고대 로마인들이 자신의 친인척에 대해 엄격했던 사례들이 적지 않게 나온다. 로마의 초대 집정관이었던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는 독재군주와 공모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들까지 처형했다. 정도에서 엇나간 자신의 두 아들을 재판에 회부했고 그들이 참수형에 처해지는 장면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았다. 물론 21세기 한국의 대통령이 이런 참혹한 사례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친인척이 잘못을 했다고 해서 죽일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호가호위’에서 나오는 부정과 비리의 싹은 일찌감치 자를 필요가 있다. 이번의 노건평씨 사례가 현 정부에도 반면교사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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