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법로비 의혹 수사대상 안돼” 일축
수상한 돈거래 발견땐 ‘리스트’ 재증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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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강도가 점점 강해지는 가운데 8일 김해시 안동의 태광실업 본사 건물 상공에 구름이 짙게 끼여 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
◆“박 회장 관련 첩보 쇄도”=8일 검찰에 따르면 요즘 박 회장에 대한 각종 제보와 투서가 대검 중수부로 날아들고 있다. 그 양이 너무 많아 수사팀이 일일이 검토하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란 후문이다. 이에 검찰은 “구체성이 있는 것, 가명이 아닌 것만 확인해 본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검찰이 최근 수사에 나선 경남 김해 아파트 부지 관련 의혹도 그 가운데 하나다. 2006년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이 소규모 건설시행사인 K사 등에 아파트 부지를 비싸게 팔아넘기고, K사는 이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는 내용이다. 부지 매매차익으로 약 100억원, 아파트 개발로 약 3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K사 상임이사로 등재된 이가 박 회장의 측근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K사 실소유주가 바로 박 회장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위장거래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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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수사에는 선 그어=‘마당발’로 불리며 여야 경계를 넘나든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은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화약고’와 같다.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경우 그 여파가 노씨 구속을 능가하리란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회장한테서 불법자금을 받아 쓴 정치인 이름이 적힌 ‘박연차 리스트’가 떠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검찰은 박 회장이 여야 정치인들에게 불법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국세청이든 어디에서든 그런 ‘리스트’를 입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이 어떤 사람의 한 평생을, 회사의 모든 사업을 다 점검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는 박 회장 관련 수사가 지금까지처럼 탈세 혐의 등에 국한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들린다. 한편으론 지난달 19일 세종캐피탈 압수수색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이 사건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로선 전직 대통령의 형과 후원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으로 이 사건 수사를 ‘깔끔히’ 끝내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청와대가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하거나 계좌추적에서 박 회장과 수상쩍은 돈거래를 한 정치인이 드러나는 경우 등이 그렇다. 박 회장 로비의혹은 검찰에게든 정치권에게든 한동안 ‘뇌관’으로 남을 것 같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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