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제대로 알고 드세요.” 한방을 선호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녀나 부모님이 피로하거나, 기운이 없어 보이면 보약 한 첩 지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요즘 각종 건강기능식품도 많지만 보약 복용은 수백 년간 내려온 우리 고유의 건강관리법이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겨울은 일 년 중 질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로 본다. 차가운 기온으로 감기를 비롯해 알레르기, 아토피 질환, 뇌졸중, 골절 등이 잘 발생한다. 한방에서는 음양의 원리를 기준으로 날이 차갑고 대지가 얼어붙는 겨울은 인체의 기운도 안으로 끌어 모아 저장하기에 자연히 인체의 생리기능과 신진대사도 활발하지 못하다. 따라서 평소 운동을 많이 하던 사람들도 겨울 동안은 운동을 소홀히 하고,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은 더더욱 꼼짝하지 않아 자칫하면 겨우내 면역력은 약해지고 질병의 위험은 더 커진다. 이때 한방에서는 보약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추천한다. 그러나 보약을 제대로 알고 복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방 전문의의 도움으로 보약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연령대별로 어떻게 보약을 골라야 할지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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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아 및 어린이…이들의 겨울철 건강관리의 핵심은 감기 예방이다. 특히 5세 이하 어린이는 면역력이 약해 겨울철에는 급성 호흡기 질환 및 폐렴이 쉽게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약한 어린이를 위한 겨울철 보약처방은 식욕을 올리고 감기에 덜 걸리게 하는 등 단순한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호흡기계 및 면역력 증강을 위한 전체적인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도록 오장육부의 균형을 맞춰준다. 어린이들에게 주로 처방되는 보약으로는 인삼, 황기, 백출, 백복령 등을 위주로 한 사군자탕, 보중익기탕 등이다.
◆20∼30대 직장인…50대에 겪어야 할 오십견을 20∼30대에 앓는다면 내 몸속 피로가 적정수준 이상으로 쌓인 것으로 봐야 한다. 한방에서는 피로를 근육에 젖산이 쌓여 느껴지는 생리적인 것으로 본다. 간질환이나 당뇨, 결핵, 갑상선 질환 등 질병원인, 과도 업무 및 스트레스로 인한 심인성 피로로 나눈다. 이때 어깨, 목 질환이나 소화불량, 탈모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방에선 이와 같은 증상들은 어혈을 비롯한 각종 노폐물들이 축적된 것으로 보고,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쌍화탕, 보중익기탕을 처방한다.
◆갱년기 이후 중·장년층…40∼50대 갱년기를 겪은 이후 중·장년층은 신체 에너지의 감소, 근력 감퇴, 인지 장애 등 신체 전반적으로 모든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40대 여성은 갱년기와 함께 폐경을 겪으며 우울증까지 동반하는 때가 많다. 겨울철 운동과 함께 적당한 보약은 전신 기력 증강, 순환 및 소화기계 기능을 보강하는 데 초점을 맞춘 육미지황환, 십전대보탕이 주로 처방된다.
◆60대 이후 노인…면역력이 약하고 각종 순환기 및 호흡기 질환에 많이 노출된 60∼70대 노인들은 겨울철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조금만 낮은 온도에도 감기와 독감, 천식, 폐렴 등의 질환이 쉽게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에게 좋은 대표적인 보양 한약으로 팔미지황환(八味地黃丸)을 꼽는다. 몸 안의 열이 줄어드는 노인들에게 원기를 회복시킬 뿐 아니라 허리가 아프거나 손발에 힘이 없고 차거나 저린 증세, 야간에 소변을 지리는 증세가 있을 때 좋다.
◆보약 먹을때 주의점…소화·흡수 기능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보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 따라서 소화·흡수 기능을 도와주는 약과 함께 보약을 먹거나 소화기 치료를 먼저 하고 나중에 보약을 먹어야 한다. 또 감기 같은 급성 감염성 질환이 있을 때에는 보약을 잘못 먹으면 질병이 악화할 수 있다. 질병 치료제와 함께 원기를 도와주는 약을 같이 써야 한다. 흔히 간이 나쁜 사람은 아예 보약을 먹으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한약에도 양약과 마찬가지로 간에 좋지 않거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성분들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간 질환이 있을 땐 반드시 한방 전문의가 처방해주는 보약을 먹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음식으로는 돼지고기, 밀가루, 녹두 등의 성질이 찬 음식이다. 특히 평소 속이 차고 변이 묽으며 소화가 잘 안 되는 체질의 사람이 과식하면 소화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소화기능이 저하되면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닭고기 같은 음식은 더운 성질이라 과식하면 몸 안의 열을 더욱 돋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도움말=광동한방병원 장석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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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기를 보하는 대표적 처방. 전신이 쇠약하고 무기력할 때 먹는다. 특히 허약체질이면서 식욕이 없고 소화력이 약한 이에게 효과가 탁월하다. 병을 앓고 난 후 체력회복에도 좋다.
사물탕(四物湯)·당귀보혈탕(當歸補血湯) 보혈약의 대표적 처방. 보혈약은 주로 부인병에 쓰이는데 빈혈로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 쓴다.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기와 혈을 동시에 보하는 약이다. 숫자 10은 완전하다는 의미. 병을 앓고 난 후나 수술 후, 만성질환으로 쇠약해졌을 때 흔히 쓰이는 보약이다. 최근에는 피부를 절개한 후 살이 잘 아물지 않을 때나 항암치료가 끝난 암환자의 후유증 관리에도 쓰인다.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 보음약(補陰藥)의 대표적 처방. 체력이 저하됐을 때나 피로감이 밀려올 때, 하반신이 저릴 때, 소변 양이 줄었을 때, 피부가 건조하고 손발이 화끈거리며 저린 중년층에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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