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질환 환자들은 증상이 있어도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음 통증을 느낀 지 3년이 넘어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돼 적극적인 척추질환 치료를 위한 인식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척추 전문 고도일 신경외과가 최근 내원 환자 188명을 대상으로 ‘척추 통증 및 수술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척추 전문의들은 물리치료를 받고도 통증이 한 달 이상 계속될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척추 전문의들은 수술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통증이 있어도 제때 치료를 받지 않아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통증이 반복되면 퇴행성 척추질환일 가능성이 큰 만큼 통증 초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환자들은 또 ‘병원 진료를 망설였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63명(33.5%)이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라고 답했다. 이어 60명(31.9%)이 ‘전문병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몰라서)’라고 응답했다. ‘의료비에 대한 부담’ 33명(17.5%), ‘낮은 접근성(집 근처에 척추전문병원이 없어서)’ 26명(13.8%) 등의 순이다.
척추수술을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수술 자체가 두렵다’는 응답이 67명(35.6%)으로 가장 많았다. ‘수술 후에도 상태의 개선이 없을까봐’ 41명(21.8%) ‘수술 부작용 때문에’ 35명(18.6%), ‘수술비 부담 때문에’ 9명(4.7%) 등으로 조사됐다. 36명은 ‘수술에 두려움이 없다’고 대답했다.
병원을 찾기 전까지 통증 감소를 위한 노력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대상자 가운데 103명(54.7%)이 ‘집 근처 병원에서 단순 물리치료 등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침, 뜸 등 한방치료를 받았다’ 29명(15.4%), ‘파스 및 찜질, 개인의료기기 등으로 자가 치료를 했다’ 28명(14.8%) 등으로 나타나 본질적인 치료보다는 통증완화를 위한 1차 치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달 이상 통증 계속되면 전문의 진단 받아야=통증을 참으며 전문적인 치료를 외면하는 사이 척추질환은 계속 악화할 수밖에 없다. 고도일신경외과 고도일 원장은 “통증이 계속된다는 것은 내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신호”라며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척추질환은 특히 조기진단이 병을 빨리 고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특히 “허리디스크 환자 중 실제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10%에 불과한데도 환자들이 수술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척추병원을 멀리하는 것이 허리병을 증가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척추 통증이 있어 한 달 이상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나아지지 않으면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고 원장은 “가벼운 염좌나 요통은 일단 안정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래도 통증이 있으면 약물 치료나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하지만 한 달 이상 물리치료를 받았는데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단순 근육통이 아닌 인대의 문제이거나 척추질환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리한 활동을 하다 보면 통증이 도졌다가 쉬면 괜찮아졌다를 반복하는 경우에는 퇴행성 질환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증상이 시작된 초기에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응급상황도 있을 수 있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거나 대소변을 제대로 보기 힘든 경우가 대표적이다.
평소 디스크 증상이 있어도 모르는 채 살다가 어떤 원인에 의해 갑자기 척수신경이 심하게 눌리거나 손상돼 운동신경에 마비가 오는 증상이다. 이런 경우 중풍이나 뇌출혈 등으로 많이 오인하기도 해 초기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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