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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원인 논란 증폭…'최초 발화지점 어디' 규명이 열쇠

입력 : 2009-01-21 10:00:42 수정 : 2009-01-21 1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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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25시간만에 진압 초강수…비상상황도 대비 안해
경찰 "시위대가 방화" 농성자 "용역업체 직원이 불붙여"
20일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 농성 철거민에 대한 경찰 진압 과정에서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의 과잉 진압 등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철거민들의 과격한 시위도 문제지만 경찰이 이례적으로 시위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강제 진압에 나서면서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과 대치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시민 1000여명이 20일 오후 참사가 발생한 용산구 한강로2가 재개발지역 4층 건물 앞에서 추모집회 후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잉진압 논란
=통상 재개발지역 시위는 철거를 시도하는 용역업체와 철거민이 대치하고 경찰은 최후 수단으로 투입됐다. 2002∼04년 재개발에 반대해 집단농성을 벌인 상도동 철거민 16명이 무려 1년 반 동안 농성하는 동안에도 경찰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에는 경찰이 농성 25시간 만에 대테러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특공대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일각에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취임을 앞두고 사태를 조기 해결하려다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참사는 무리하게 진압작전을 편 특공대와 진압을 지시한 경찰 지휘부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은 “시위대가 계속된 경찰 설득과 경고에 불응, 더 이상 불법을 묵과할 수 없어 경찰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예고된 참사
=철거민들이 화염병으로 무장하고 다량의 시너를 갖고 있음을 알면서 무리하게 진압에 나서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버스 정류장, 횡단보도와 가까운 대로변 건물 옥상에서 벽돌 등을 던지고 골프공 등을 쏴 시민 불안이 컸던 건 사실이다. 서울 도심에서 2년2개월 만에 화염병이 등장한 점도 강경 진압의 빌미가 됐다.

하지만 경찰은 화재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각 상황별 대응책을 충분히 세우지 못한 채 진압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망루에 올라가 있던 철거민들이 “시너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며 “접근하면 불을 붙이겠다”고 수차례 경고했으나 경찰은 진압 작전을 감행했다.

이모(30)씨는 “시위대가 경찰에 ‘접근하면 시너에 불을 붙이겠다’고 여러 번 말하는 걸 들었다”며 “경찰이 준비를 충분히 했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화재 원인 논란=최초 발화 지점과 불이 붙은 과정도 논란거리다. 진압 과정의 적정성 여부와 함께 앞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집중적으로 규명할 부분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만들기 위해 시너 70여통을 쌓아놓았는데, 진압 과정에서 시너통에 한꺼번에 불이 붙어 폭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발화지점은 조사해 봐야 하지만, 바닥에 시너가 깔린 상태에서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농성자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불이 붙은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진압을 돕던 용역업체 직원 등이 불을 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재 현장에 있었다는 한 농성자는 “화염병과 상관 없는 곳에서 불길이 갑자기 치솟았다”며 “우리를 내쫓으려는 용역업체 직원이 연기를 피우려고 불을 낸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나기천·이귀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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