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 참사 현장을 찾은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이 현장 입구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전신 인턴기자 |
◆울음바다된 장례식장=21일 ‘용산 참사’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은 유가족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일부 유가족은 통곡을 하다가 장례식장 바닥에 쓰러졌다. 유족은 병원에서 제공한 임시 대기실에서 대부분 식사도 거른 채 망연자실한 채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47)씨는 “오전에는 현장에서 확인도 못하게 하더니 새벽 3시나 돼서 연락을 받고 확인했다”며 “두 번 죽이기 싫다며 부검하지 말고 제 손으로 인도해 달라고 했는데 가족 허락 없이 부검해 버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 울부짖었다.
이날 유족들은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4층 특실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장례 기간, 발인 일시 등 구체적인 장례 일정은 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의논하기로 했다.
◆무너진 가족의 꿈=“나중에 아버지와 같이 횟집을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재개발지역 상가 세입자로 유명을 달리한 양회성(55)씨의 사망에 둘째아들 종원(28)씨는 울분을 토했다. 여의도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다 장사가 안 돼 5년 전부터 용산에 복집을 차렸던 양씨. 양씨 두 아들도 서울시내 일식집에서 일하며 부자가 함께 가게를 운영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꿈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종원씨는 “형은 직장을 그만두고 일을 배우고 있고, 나도 5년 전 제대한 뒤 일식집에서 같이 일을 배우고 있다”며 “아버지와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딸만 남긴 특공대원=서울경찰청 특공대 1제대 소속 고 김남훈(31) 경장의 빈소가 차려진 송파구 경찰병원에는 동료 경찰관과 친지 조문이 이어졌다. 김 경장과 함께 근무한 한 경찰관은 “동료 애경사를 빠짐없이 챙기는 등 동료애가 남달라 동료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앞으로 특공대를 이끌 인재 중 하나란 말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경찰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장례식은 22일 오전 9시30분 경찰병원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거행된다. 경찰은 김 경장을 경사로 1계급 특진시키고 녹조훈장을 수여했다.
이귀전·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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