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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죽이기 싫어 부검 말라 했는데…" 유가족들 오열·통곡

입력 : 2009-01-22 09:50:19 수정 : 2009-01-22 09: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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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 참사 현장을 찾은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이 현장 입구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전신 인턴기자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허망하게 숨진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 건물 점거 농성자들의 신원이 속속 드러나면서 혹시나 하던 유족들이 끝내 오열했다. 참사 현장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는 추모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울음바다된 장례식장=21일 ‘용산 참사’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은 유가족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일부 유가족은 통곡을 하다가 장례식장 바닥에 쓰러졌다. 유족은 병원에서 제공한 임시 대기실에서 대부분 식사도 거른 채 망연자실한 채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47)씨는 “오전에는 현장에서 확인도 못하게 하더니 새벽 3시나 돼서 연락을 받고 확인했다”며 “두 번 죽이기 싫다며 부검하지 말고 제 손으로 인도해 달라고 했는데 가족 허락 없이 부검해 버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 울부짖었다.

이날 유족들은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4층 특실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장례 기간, 발인 일시 등 구체적인 장례 일정은 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의논하기로 했다.

◆무너진 가족의 꿈=“나중에 아버지와 같이 횟집을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재개발지역 상가 세입자로 유명을 달리한 양회성(55)씨의 사망에 둘째아들 종원(28)씨는 울분을 토했다. 여의도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다 장사가 안 돼 5년 전부터 용산에 복집을 차렸던 양씨. 양씨 두 아들도 서울시내 일식집에서 일하며 부자가 함께 가게를 운영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꿈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종원씨는 “형은 직장을 그만두고 일을 배우고 있고, 나도 5년 전 제대한 뒤 일식집에서 같이 일을 배우고 있다”며 “아버지와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딸만 남긴 특공대원=서울경찰청 특공대 1제대 소속 고 김남훈(31) 경장의 빈소가 차려진 송파구 경찰병원에는 동료 경찰관과 친지 조문이 이어졌다. 김 경장과 함께 근무한 한 경찰관은 “동료 애경사를 빠짐없이 챙기는 등 동료애가 남달라 동료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앞으로 특공대를 이끌 인재 중 하나란 말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경찰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장례식은 22일 오전 9시30분 경찰병원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거행된다. 경찰은 김 경장을 경사로 1계급 특진시키고 녹조훈장을 수여했다.

이귀전·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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