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특공대 투입 결정한 金내정자 물러나야"
김석기 "책임 회피하거나 자리 연연 않을 것"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21일 용산 재개발 지역 철거민 사망사건과 관련해 긴급 소집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다소 곤혹스런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종덕 기자 |
한나라당은 불법 폭력시위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라며 김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불특정 다수의 안전, 생명과 불법적 폭력을 행사해 공공질서를 불안케 하는 범죄자의 생명 중 모두를 충족할 수 없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불가피한 진압이었음을 강조했다. 신 의원은 또 현장 동영상을 상영한 뒤 “농성자 중 누가 던진 화염병으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의적 방화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김태원 의원도 “충분한 안전조치를 마련하지 못한 경찰의 책임이 있지만 무고한 시민에게 상해를 줄 수 있을 정도였다면 테러 아니냐”고 가세했다. 이은재 의원은 “촛불사태처럼 호재라도 만난 듯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이 불법 폭력시위를 지지하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반면,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위험을 예측했음에도 과잉진압을 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서울경찰청 경비1과의 ‘시간대별 상황보고’ 문건을 제시하며 “19일 아침 9시에 이미 경찰특공대 2개 대대가 현장에 출동했지만 용산경찰서장은 19일 밤 투입을 요청했다고 했다”면서 “특공대 투입 시기에 대해 조작·은폐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유정 의원은 김 내정자의 사인이 들어간 19일자 서울경찰청의 ‘농성장 진입계획’ 문건을 공개하며 경찰특공대 투입 과정에서 ‘보고만 받았다’는 김 내정자를 추궁했다. 결국 김 내정자는 “보고를 받았다는 자체가 승인이 아니겠느냐”고 시인했다. 이 문건에는 농성장 위험물로 대형 쇠파이프 50개, 염산(박카스병) 약 100병, 시너 20ℓ 60여개, 화염병 5박스 등이 기재돼 있으며, 진압 시 극렬저항 및 분신, 투신, 자해 등 극단적 돌출 행동이 예상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용삼 의원은 “특공대 투입을 결정한 김 청장은 경찰청장 내정자로서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내정자는 “이번 작전은 무리한 진압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느냐”는 무소속 이윤석 의원 질의에 “결과적으로 많은 피해가 있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결코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회의에 불출석한 국정원장 내정자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원 장관 대신 출석한 정창섭 행안부 1차관은 “지방재정 조기 집행 등 현안과 오전 조계사 방문 일정으로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이강은·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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