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피해자 아버지 "제 자식 귀한줄만 아나"

관련이슈 군포 연쇄살인 '충격'

입력 : 2009-02-04 15:08:44 수정 : 2009-02-04 15:08: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어떻게 자기 자식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람이 남의 자식한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에 의해 살해된 여대생 연모(당시 20)씨의 아버지는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뉴스를 보니) 범인이 자식들 걱정을 하던데... 부모가 자식 생각하는 마음은 다 같다는데 어떻게 자기 자식은 피해 안가길 바라면서 남의 자식은 이렇게 함부로 할 수 있습니까"라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딸을 한줌 재로 떠나 보낸 연씨는 "악마가 아니고서는 이럴 수 없다"며 "딸이 사라진 지난 2년간 우리 가족이 보낸 악몽 같은 시간을 생각하면 너무나 억울하다"고 말했다.

연씨는 "딸이 실종된 이후 조그마한 단서라도 찾을 수 있는 일이라면 전국 방방곡곡을 다 다녔다"며 "가족이 모두 동원돼 실종 장소 근처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성당 주보에 광고를 내고, 모임마다 찾아다니며 전단을 돌리고.. 안해본 일이 없다"고 그동안 애타게 찾던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천주교 신자지만 답답한 마음에 '보인다는 분들'을 모시고 실종 장소 주변에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라며 "강호순이 살던 축사 근처에도 여러번 간 적이 있고, 딸이 암매장된 장소도 몇번이나 지나쳤는데 내가 왜 못알아봤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혹시라도 목격자가 있을까 싶어 1시간짜리 방송에도 출연했지만 제보가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이는 강호순이 얼마나 철저히,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연씨는 "하루 24시간을 딸을 찾는데 쓰고 싶었지만 다른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일 (멀쩡한 얼굴로) 출근해야 했던 심정을 아느냐"며 "그나마 종교의 힘으로 버텼을 뿐 가정과 직장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질뻔한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사조차 알 수 없던 딸을 CCTV 한 대가 찾아냈다고 생각하니 허탈하다"면서 "경찰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겠지만 처음부터 주위에 사는 전과자 등을 대상으로 사건을 조사했으면 더 빨리 잡지 않았을 까 싶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딸의 성당 친구들이 기도를 많이 해줬고 또 모르는 분들도 딸의 인터넷 미니홈피 등을 통해 무사귀환을 빌어줘 딸이 좋은 곳으로 갔으리라 믿는다"며 "평생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고통이 줄어들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숨진 연씨의 미니홈피 방문록에는 지난해 6월 6일 아버지가 '너에게 주지 못했던 사랑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네가 돌아오길 바라는 가족들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고 남긴 글이 마지막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연씨는 이런 가족의 간절한 희망을 아는지 모르는지 2007년 1월 7일 실종돼 지난달 30일 수원시 황구지천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안유진 '아찔한 미모'
  • 안유진 '아찔한 미모'
  • 르세라핌 카즈하 '러블리 볼하트'
  • 김민주 '순백의 여신'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