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묘원 측은 장례위원회가 아직 김 추기경을 안장할 위치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공원묘원 가운데 성직자 묘역에 서품과 직위에 맞춰 결정될 것이라며 예정지 주변을 정리했다.
천주교묘원 안병주 관리소장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김 추기경은 직전 서울대주교였던 노기남 대주교 묘소 왼편에 안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현면 무등치 산자락 100만여m² 규모로 조성된 용인 천주교공원묘원의 성직자 묘역은 공원 중심부의 동쪽을 향해 탁 트인 산자락에 있으며, 규모는 2500여㎡이다.
성직자 묘역 입구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7m 높이로 우뚝 서 묘역을 내려다보고 있고, 예수상 왼편에는 기도하는 성모마리아상이 묘역을 지키고 있다. 길이 60m로 조성된 성직자 묘역은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64명의 역대 천주교 성직자들이 영면해 있다. 이곳 성직자 묘역 가장 앞에는 1984년 선종한 고 노기남(바오로) 대주교의 묘가 길이 2m, 폭 1.2m, 높이 0.6m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김 추기경 하관의식은 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대주교의 집례로 장례미사가 끝나고 묘역으로 시신이 옮겨지며 시작된다.
고인을 실은 운구차량이 묘역에 도착한 뒤 서울교구 소속 신부 8명이 중앙통로를 통해 60m 앞에 마련된 김 추기경의 묘소로 운구하면 김 추기경을 위해 기도하는 ‘하관예절’을 올린다.
하관예절은 향을 피워 묘 주변의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성수를 묘에 뿌려 자리를 성스럽게 축복하는 의식이다.
김 추기경이 안장될 성직자 묘역에는 이날 오전부터 벌써 성도들이 찾아와 묘역 예정지를 둘러보며 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원도 삼척에서 왔다는 최영순씨는 “김수환 추기경은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보살펴 주셨던 기둥 같은 분”이라며 “좀 더 살아계셨더라면 지금같이 어려운 때 큰 역할을 하실 수 있었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슬픔을 나타냈다.
용인=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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