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前대통령 "사단 내 성당신축 부탁 들어줘"
이강국 헌재소장 "사랑·희망 주시고 가셨다"
◇ 18일 저녁 고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오전 11시쯤 전 전 대통령이 특유의 검은색 중절모에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명동성당에 나타났다. 그는 방명록에 ‘제12대 대통령 전두환’이라고 쓴 뒤 곧장 대성전으로 향했다. 유리관 앞에 선 그는 눈을 감은 채 합장해 애도를 표했다. 전 전 대통령은 김운회 주교와 몇 마디 나눈 뒤 2분 정도의 짧은 조문을 마쳤다.
◇18일 휠체어를 타고 서울 명동성당에 마련된 고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를 찾은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고개를 숙인 채 추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김 추기경 선종 사흘째인 이날도 명동성당에는 시민 10만여명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추기경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새벽 4시30분쯤부터 조문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성당 측이 대성전 출입문을 오전 5시50분에 열고 조문객을 맞았지만, 행렬은 금세 명동역 앞 대로까지 3㎞가량 길게 늘어졌다.
추기경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추모객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 보였다. 최근까지 28년간 추기경과 연락을 해 왔다는 송영웅(67)씨는 “문병 갔을 때 병상에서도 나라를 걱정하시더라”며 “추기경은 얼마나 세심하신 분인지 누구를 만나든 그 많은 사람 이름을 다 불러주셨다”고 회상했다.
이틀째 성당을 찾은 추기경의 조카 송희숙(59·여)씨는 “작년 추석 전후로 병세가 호전됐을 때 문병 간 내 아들, 딸에게 ‘하늘나라 가기 전에 너희 결혼하는 걸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니 울고 울어 눈물이 다 말라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오전 8시40분쯤 조문을 마친 뒤 “2년 전 가톨릭에 입문한 뒤부터 추기경님 뵙기를 기다렸는데…”라며 “사랑과 용서, 희망, 용기를 주신 우리 시대 큰 어른이 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조은님·유선희 인턴기자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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