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吳越同舟).’ 사이가 나쁜 사람끼리도 공통의 이해·곤란에 대해서는 서로 협력한다는 뜻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는 21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만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에게 손자병법의 이 고사성어를 상기시키며 미·중 협력을 강조했다.
원 총리는 “중국 고대의 오 나라와 월 나라는 전쟁상태에서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즉 오월동주)’가 됐다”면서 “(이 문장의) 뒤이어 한 글귀가 또 있는데, 이는 ‘휴수공진’(携手共進·두 손을 함께 마주잡고 나아간다)이다”고 말했다.
‘동주공제’는 클린턴 장관이 아시아 순방에 앞서 지난 13일 미국 뉴욕의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가진 강연에서 미·중 간 협력을 강조하면서 먼저 언급한 말이다. 클린턴 장관은 당시 “전 세계가 금융위기란 큰 충격에 직면한 상황에서 각국이 ‘동주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오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가 세운 환경친화적인 타이양궁(太陽宮) 발전소도 참관하면서 “중국은 미국이 공업화를 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후변화를 포함한 세계적인 과제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면서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판다”는 뜻의 ‘임갈굴정(臨渴掘井)’이라는 중국 속담을 인용하기도 했다.
클린턴 장관은 아시아 순방길의 다른 여느 나라에서처럼 중국에서도 국빈급 대우를 받았다.
회동 인사도 카운터파트인 양제츠 외교부장은 물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웬만한 나라의 국가원수는 동시에 만나기 힘든 최고 지도부를 총망라해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국가원수급 국무장관’의 위력을 실감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김청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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