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글로벌 원칙도 국내법을 비켜가진 못했다. 국내법과 국제규범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유지했던 구글이 결국 한국 정부의 인터넷 규제에 굴복했다.
구글은 오는 4월 1일부터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코리아에서 한국인 가입자들이 게시물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려면 반드시 실명 확인을 거치도록 개편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인터넷 본인확인제(실명제) 적용 대상이 4월 1일부터 하루 이용자 10만 명 이상의 사이트로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전 세계에서 동일한 이용자 등록정보 절차를 적용해 오던 구글이 개인확인을 위한 실명정보를 받기로 한 것은 한국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유튜브 등 구글이 운영하는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정을 만들려면 아이디와 비밀번호, 이메일 주소 입력만으로 가능했다.
지난해 1월 23일 유튜브 한국사이트를 오픈하면서 본격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구글은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원칙으로 내세우며 열린 커뮤니티를 차별화 무기로 내세웠다.
하지만, 구글의 글로벌 원칙이 한국 정부와 충돌할 것은 한국판 유튜브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박영선 의원이 제작한 'BBK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수십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자 한나라당이 이를 문제 삼아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구글의 글로벌 원칙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네티즌들은 국내 선거법을 우회해 자신의 주장을 알리는 수단으로 유튜브 미국판을 적극 활용했고, 이는 국내 대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한국 법 관할에 들어온 유튜브 코리아가 과연 정치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동영상을 안심하고 자유롭게 유통시키려 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러한 가운데, 구글이 실명제로 개편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세계적인 망신이다" "글로벌 독재정치" 등 씁쓸함을 드러냈고, 여전히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디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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