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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칼날 ‘盧 패밀리’ 넘어 與 '대선자금'도 겨누나

입력 : 2009-04-11 22:36:45 수정 : 2009-04-11 22: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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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천신일 등장에 복잡 …'박연차리스트' 수사 새국면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지켜보는 여권의 기류가 복잡하다. 사정의 칼날은 ‘노무현 패밀리’를 초토화시킨 데 이어 살아 있는 권력도 옥죄고 있다.

무엇보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관련 의혹이 퍼지는 게 불길한 조짐이다.

천 회장은 현 여권 인사를 상대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구명 로비를 시도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0일 “천 회장이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박 회장에 관한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며 “이 대통령은 당시 ‘그런 소리 하려면 나를 찾지 말라’며 화를 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천 회장은 2007년 대선 때 박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이날 나왔다.

‘박연차 리스트’에서 천 회장 이름이 등장하면서 여권이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그간 박 회장이 천 회장을 통해 정권 교체에 대비해 ‘구명 보험금’을 MB 캠프에 전달하려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돼 왔다.

이런 시도가 성공했다면 돈의 규모와 사용처 등에 따라선 현 정권이 치명타를 입는 최악의 상황도 뒤따를 수 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대선자금 문제는 ‘박연차 게이트’의 본질을 바꾸고 현 정권을 뒤흔들 ‘뇌관’”이라며 “천, 박 회장 관계를 볼 때 그 개연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걱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측근 그룹은 천 회장이 대선 캠프에서 공식적 역할을 전혀 맡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대선자금 문제를 일축했다. ‘안국포럼’ 출신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대선자금 문제가 뇌관이 되려면 천 회장이 박 회장에게서 돈의 성격을 알고 받아, 이를 캠프에 알리고 전달했을 경우와 돈의 액수가 수십억원 이상에 달하는 경우, 또 이 돈을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고 썼을 경우 등이 모두 맞물려야 한다”며 “박 회장을 다 아는데, 상식적으로 그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측은 “아주 고약한 보도가 나오는데, 제소당하지 않으려면 팩트에 근거해 써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 회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이 주재한 고려대 ROTC 출신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천 회장 초청 여부를 놓고 적잖게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의혹이 어느 정도 클리어돼서 참석 결정이 떨어진 것 아닌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나라당도 겉으론 현 여권 인사 연루설에 대해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안상수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정권 인사가 전 정권 실세로 통하는 박 회장과 불미스런 일을 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으론 ‘대형 악재’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엿보인다. 당장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상득, 정두언 의원에게 박 회장 구명 로비를 한 사실이 이날 드러났다. 천 회장이 출국금지된 것도 불안감을 키워주고 있다. 한 의원은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비리가 드러나면 민심의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과 진보진영의 결집 등으로 정권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범구·이강은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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