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버설발레단의 창단 25주년 작품인 ‘라 바야데르’는 ‘군무’가 담아낼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다 보여줬다. 군무진은 3막의 문을 여는 동시에 무희 니키아와 솔로르의 사랑이 빛을 발하기까지 무대를 채워가며 중심을 잡아나갔다.
3막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블록버스터 발레작이란 명성에 걸맞게 무대는 객석에 조금의 쉴 틈도 내주지 않았다. 힌두사원, 왕국의 화려한 배경과 함께 어우러진 130여명의 출연진은 웅장한 무대로 관객을 빨아들였고 전사 솔로르, 무희 니키아, 공주 감자티의 뒤엉킨 사랑과 배신, 복수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한 편의 서사시를 완성했다.
무대에 오른 이들도 훌륭했다. 니키아 역의 임혜경은 제 옷을 입은 듯 가슴 시린 니키아의 사랑을 그대로 펼쳐보였고 이번 무대로 주역에서 은퇴하는 황재원은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솔로르를 거침없이 소화했다. 차세대 주역으로 꼽히는 이상은은 기라성 같은 임혜경, 황재원 사이에서 전혀 주눅듦 없이 감자티로 무대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제 역할을 다 해냈다. 1, 2막은 이들의 솔로, 2인무로 채워지며 고전 발레 본연의 아름다움을 표출했다. 객석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무대, 객석 모두 모처럼 마련된 만찬에 만족했다.
‘라 바야데르’는 26일까지 예술의전당에 오른다. 공연 시작 30분 전엔 문훈숙 단장의 해설이 진행된다.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