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경제 및 개발 협력 강화’ 부문은 양측 간 ‘윈윈(win-win)’ 여지가 큰 만큼 가장 많은 13개항을 담고 있다. ‘2015년까지 1500억달러로 교역규모 증대’를 비롯한 대다수 내용은 이틀간의 특별정상회의에서 논의, 정리된 것이다. 다만 “모든 교통수단을 포괄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후속조치에 대한 기대감을 표한 것은 진전된 부분이다. 항공협정 논의시점을 정한 것도 추가된 사항이다.
‘범세계적 이슈에 대한 협력’ 부문에는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방안(ABMI) 강화를 지지한 게 주목되는 대목이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와 함께 ABMI는 아시아의 금융위기 공동대응 수단으로 꼽힌다. ABMI는 역내 채권시장을 활성화해 “아시아 돈이 역내에 돌게 해 금융안정을 꾀하자”는 게 목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특별정상회의 2세션 모두발언을 통해 “아시아 재원이 역내에 재투자돼 수익을 창출하는 ‘역내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문화 교류 증진’ 부문에는 협력기금 증액 등이 담겼다. ‘한·아세안 협력관계 평가’ 부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新) 아시아외교’가 호응을 받은 점이다. 공동성명은 “‘신 아시아 구상’을 통해 아세안과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겨냥해 제주 특별정상회의에 심혈을 기울여온 정부로선 소기의 목적을 거둔 셈이다.
‘정치·안보 협력 증진’ 부문에서 북한 핵 문제를 짚은 것도 마찬가지다. 공동성명은 “6자회담 과정을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포함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한·아세안 정상이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는 별도의 ‘공동언론성명’을 채택한 것은 아시아 지역에서 공고한 북핵 공조를 재확인했다는 의미를 지니는 한편 우리 외교의 적잖은 성과로도 받아들여진다.
서귀포=허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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