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분향소는 이날 오전 5시30분께 우익단체인 국민운동행동본부 회원들에 의해 파손됐고 오후에는 담당 구청인 중구청이 잔해를 거둬가면서 자취를 감췄다.
이 분향소는 시민단체인 촛불시민연석회의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은 직후 대한문 앞에 자발적으로 설치한 뒤 노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 추모 열기의 메카로 역할을 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공식 분향소보다는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에 몰려와 고인을 애도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분향소 측에 따르면 국민장 기간 시민 분향소에 시민 151만명이 다녀갔고 영결식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는 하루 동안 가장 많은 45만명이 찾아왔다.
영결식 이후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급격히 줄었지만, 조문행렬이 이어져 이날까지 7만명이 더 분향했다고 분향소 측은 전했다.
그러나 영결식 이후 추모 분위기가 크게 누그러지면서 분향소는 중구청과 보수진영 등의 본격적인 철거 압박에 시달려 왔다.
시민 분향소는 지난달 30일 새벽 경찰이 국민장 노제가 열린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을 해산시키고 광장을 다시 봉쇄하는 과정에서 분향소 천막 등이 파손됐다.
이후 논란이 일자 경찰은 분향소를 철거할 의도가 없었고 작전 과정에서 현장 지휘관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일어난 `사고'라고 해명했다.
시민들은 고인의 49재가 열리는 다음달 10일까지는 분향소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대한문 앞에 다시 분향소 천막을 설치하고 조문객을 맞았다.
그러나 이후에는 국민행동운동본부,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진영이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나섰고 때때로 분향소 주변에 찾아와 시민들과 물리적 충돌까지 빚기도 했다.
보수단체들은 "분향소 측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것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할 뿐이다"며 공세를 펼쳤다.
중구청도 12일 덕수궁 인근 도로 통행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철거 공문을 보내며 분향소 철거를 압박했다.
이런 파란을 겪어온 분향소가 이날 오전 국민운동행동본부의 기습적인 `작전'으로 치워지면서 한 달 간 이어진 시국행사의 중심지 역할을 끝냈다.
분향소 측은 "경찰이 시민단체에 불과한 국민운동행동본부가 폭력으로 시설물을 파손하는 것을 수수방관하기만 했고, 중구청에서 잔해를 치울 때에도 차단벽을 만들어 줘 용역들의 작업을 도왔다"며 경찰의 대응방식을 비난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이른 새벽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현장 직원들이 혼란을 겪었을 뿐이며, 분향소 철거를 주도한 서정갑 국민운동행동본부 본부장을 조사하기 위해 소환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