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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통신시장은 2차빅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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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7-01 20:44:36 수정 : 2009-07-01 20: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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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선 결합 종합사업자 탄생

규제완화로 소비자에 혜택이
권영선 KAIST 교수·경제학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한 이후 이동전화시장이 1990년대 후반 활성화되기까지 약 120년간 통신시장은 꾸준히 성장했으나 획기적인 변화를 경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디지털 이동전화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일반 대중이 무선통신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새로운 이동전화산업의 매출액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유선전화산업의 매출액을 능가하게 됐다. 따라서 90년대 후반 이동전화산업의 등장을 통신시장에서 발생한 1차 빅뱅이라고 할 수 있다.

1차 빅뱅 결과 통신산업은 구조변화를 겪게 됐고 우리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가 발생했다. 유선통신사업자가 독점하던 통신산업에 무선통신사업자가 진입하면서 통신시장에 경쟁이 도입됐고,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인이 통신네트워크에 언제 어느곳에서나 접속해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통신시장에서 1차 빅뱅이 발생한 지 불과 10여년이 지난 현재 통신시장은 2차 빅뱅의 과정에 있다. 통신시장의 2차 빅뱅은 인터넷의 성능 향상과 보급 확산에서 기인한다. 인터넷의 지속적인 성능 향상과 함께 인터넷이 과거와 같이 단순히 컴퓨터를 이용해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네트워크에서 전화와 TV 같은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융합네트워크로 진화했고, 그 결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의 통신산업은 재차 급격한 구조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통신시장의 1차 빅뱅과 2차 빅뱅 사이의 대표적인 차이점은 바로 전자는 이동통신산업을 창출한 반면 후자는 통신사업자 간의 인수합병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전자는 무선통신 서비스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를 탄생시킨 반면 후자는 기존 유선통신사업자와 무선통신사업자의 결합을 유도해 인터넷, TV, 전화 등 복수의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종합통신사업자를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2008년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를 출범시킨 것이나 지난달 1일1일 KT와 KTF가 합해져 통합법인 KT가 출범한 것은 모두 현재 통신산업에서 진행되는 2차 빅뱅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인 것이다.

경제학에서 2차 빅뱅과 같은 현상은 범위의 경제효과로 불린다. 서비스별로 전문화된 기업이 특정 서비스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비용보다 한 기업이 복수의 서비스를 결합해 동시에 제공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 적으면, 전문화된 기업은 기업결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유인을 갖게 된다. 가령 카푸치노 커피와 비엔나 커피를 별개의 전문 커피점이 생산하는 것보다 한 커피전문점이 생산하면 커피제조기계 1대와 일부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범위의 경제효과는 기존 서비스 제공에 사용하는 자원이나 시설에 여유가 있고 그 여유 자원을 다른 서비스 제공에도 사용할 수 있을 때 흔히 발생한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가구마다 제공하기 위해서 통신사업자는 통신네트워크를 가입자의 집까지 구축하나 이용자가 집에서 실제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은 총 가용시간 24시간에 비해 매우 적다. 향후 인터넷은 모든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기 때문에 2차 빅뱅은 통신산업에 한정되지 않고 통신망을 이용하는 이종산업으로 더욱 확대돼 나갈 것이다.

산업 간 융합현상이 시장의 독점성을 강화하기보다는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해 통신산업에서 정부 규제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현재 작동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신산업에서의 2차 빅뱅이 사업자 간 경쟁 활성화를 야기해 소비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존 통신산업 규제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권영선 KAIST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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