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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자연계의 무덤, 국력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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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12 21:05:11 수정 : 2009-08-12 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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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도 예의도 없는 국회 문화

고질병 고치려면 유권자 나서야
이승현 논설위원
지구와 달 사이에 특이 공간이 있다. 라그랑주점(Lagrange Point)이다. 지구와 달의 중력과 원심력이 정확하게 평형을 이루는 곳이다. 이 점은 하나가 아니다. 18세기의 천재 수학자 라그랑주는 탁상 위에서 행한 계산만으로 5개 평형점(L1∼L5)을 찾아냈다. 이 가운데 L4와 L5는 지구와 달을 잇는 중심선에서 비켜나 있다. 이등변 삼각형의 꼭짓점 꼴이다. 중심선상의 L1∼L3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라고 한다. 우주 쓰레기가 한 번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 공간이다. 쓰레기 무덤이다.

대양에도 쓰레기 무덤이 존재한다. 신문, 방송에서 환경 이슈로 다뤄져 세간의 최근 관심 방향도 단연 이쪽이다. 국제 학계가 주목하는 ‘북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구역(GPGP)’은 한반도의 7배 크기에 달할 만큼 방대하다. 생활쓰레기로 뒤덮인 GPGP가 풍향 따라, 해류 따라 떠돈다고 한다. 으스스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지상에도 쓰레기 무덤이 있다. 제18대 국회다. 흡인력은 이 역시 대단하다. 난다 긴다 하는 ‘인간 헌법기관’이 근 300명이나 상한 생선에 몰려든 파리떼처럼 들러붙어 있다. 매년 1000억원대의 혈세도 넙죽 빨아들인다. 지난해 출범 이후 지금껏 한 일을 되짚어보면 인력·예산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어중간한 아파트 쓰레기처리장의 생산성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국회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의원 정원을 줄이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는 지자체 살림 규모에 걸맞게 지방의회를 슬림화하기 위한 대전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손댈 방법이 없다.

민생과 직결되는 각종 의안도 무더기로 묶여 있다. 어제까지 계류된 법률안만 해도 3724건이다. 정치권 동향으로 미루어 9월 정기국회가 순항할지 미지수이니 이들 계류안의 운명도 정처없다. 쓰레기 무덤에 던져진 탓에 덩달아 쓰레기 취급을 받는 형국이다. 국회의 중력장이 어찌 이리 강력하고 퇴폐적인지 모를 일이다.

이 무덤이 우주, 대양의 그것과 크게 다른 것은 소란스럽다는 점이다. ‘네 탓’ 타령이 넘실거리는 탓이다. 여차직하면 사법부로 달려가기도 한다. 당면 현안인 미디어관련법 공방도 이런 양태지만 여야의 결기와는 딴판으로 국민은 그저 피곤할 따름이다. 어디 한두 번이어야 ‘이번에는 뭔가 특별한가 보다’ 할 것 아닌가.

오가는 말도 곱지 못하다. 최소한의 예의나 배려도 찾기 힘들다. 민주당은 어떤 정당인가. ‘국민을 분열하는 노래만 되풀이하는 베짱이’당이다. ‘육식성 좌파공룡’당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그렇다. 집권여당은 또 어떤가. 민주당 표현을 빌리자면 ‘날치기’당이자 ‘가짜 민생’당에 불과하다. 일리가 있고 없고를 떠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야 대화와 타협은 고사하고 공존이 가능한지조차 의심스럽지 않은가.

우주의 쓰레기 무덤은 결코 신경쓸 필요가 없는 공간이 아니다. 우주 진출의 교두보를 여기에 마련하자고 제안한 과학자가 많다. 우주정거장 등을 안착시킬 경우 안정적·경제적 운용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현행 우주 프로젝트도 이런 착상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다.

대양의 무덤도 그렇다. GPGP로 인해 언젠가 ‘나비 효과’가 발생해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기성세대는 몰라도 차세대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인류의 존망, 미래를 내다보며 폭넓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주나 대양의 무덤에 전폭적인 관심을 쏟기는 쉽지 않다. 워낙 거시적인 사안인 탓이다. 관심을 가져도 대청소가 가능할지 미지수이기도 하다.

국회는 어떤가. 이 지상의 무덤은 대청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 아무리 잘나봐야 표심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체질들 아닌가. 유권자가 정색을 하고 호통을 치면 버릇을 확 뜯어고칠 수 있다. 참정권을 가진 국민이 즉각 관심을 갖고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

국회가 이대로 방치되면 국력과 국운은 줄줄 새나갈 수밖에 없다. 우주 강국, 환경 강국 등의 꿈이 얼마나 지연될지 알 길이 없다. 호시절이 영원히 안 올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유권자가 국회와 여야 당사에, 지역구 의원에게 전화나 이메일을 넣어 호통쳐야 한다. “쓰레기 정치는 청산하라”고, “국가 망신 그만 시키라”고.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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