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부 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국내외 석학 등 대거 참석 예정
“현재 국가와 지방의 역할이 불분명하며, 중앙이 본래 지방에서 해야 할 일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Near is Better’라는 원칙에 따라 ‘중앙정부의 하청’으로부터 ‘자립한 경영체’로서 지방분권의 추진, 그리고 지방이 중앙의 보조금 삭감을 역으로 제안하는 등 중앙과 지방의 새로운 관계정립이 중요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방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지방자치의 새로운 도전과 비전’을 주제로 한 국제콘퍼런스를 4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하시모토 토오루(橋下徹) 오사카부 지사가 이런 내용의 기조강연을 한다.
하시모토 지사는 국제정세의 변혁,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 경제활력의 저하 등 침몰 위기의 일본을 구하는 해법을 ‘지방’에서 찾았다. 특히 지방분권을 정치투쟁으로 규정하면서 지방분권에 의한 스스로 발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일본은 국가, 지방 모두 800조엔의 차입대국이라며 이의 가장 큰 원인은 주민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라고 분석했다. 국가와 지방의 역할이 불분명해 지방이 해야 할 일을 중앙관료들이 하고 있는 문제에 그 원인을 돌렸다.
그래서 그는 지방이 살고, 국가가 사는 길을 지방분권에서 찾고 있다. 국가와 지방의 역할을 분명히 해 ‘중앙정부의 하청지역’으로서의 지방의 위치로부터 ‘자립한 경영체’로 전환을 중시했다. 또 차입대국인 일본에서는 국가재원에 대한 지방정부의 도적적 해이(moral hazard)를 방지하기 위해 지방이 중앙의 보조금 삭감을 역으로 제안하는 조치까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분배 및 조정시스템 등 국가존립에 대한 사무를 수행하고, 지방은 자율성이 있는 경영체로서 사무를 수행하는 지방분권에 기반한 국가전략의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는 지방분권은 무엇보다 확실한 실천이 중요한데, 국가 차원에서는 2년을 목표로 분권개혁자문회의 활성화, 자치원(自治院) 설치, 국가와 지방의 협의의 장(場) 설치를 행하되 법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사와 지방공무원의 임금을 각각 30%, 15% 삭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오사카가 지방분권을 선도하는 자치단체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앤드류 길레스피(Andrew Gollespie) 뉴캐슬대학교 교수는 영국의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발표한다.
그는 영국의 행정구역 개편은 2층제에서 단층제로 전환되는 추세인데, 이는 주민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지방자치는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이전의 황금시대가 막을 내리고 점차 약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의 제한, 재정의 자율성 감소와 더불어 행정서비스에 대한 주민의 신뢰도 급속히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시대적 기조 하에서 영국은 2층제에서 단층제로 전환하기 위한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을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단층제로 개편은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측면 지원자’로 지방정부 역할 변화와 2층제가 초래하는 서비스 제공의 비효율성과 책임성의 모호 등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여기에 서비스의 민영화, 경쟁입찰 등도 주요한 요인이 됐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친 2단계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잉글랜드는 2층제와 단층제가 혼재하는 복잡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그 결과 잉글랜드 지방정부의 지배구조는 다소 복잡한 구조로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국 잉글랜드는 2층제(22개 county, 201개 district)와 단층제(56개 unitary authority), 스코틀랜드는 단층제(32개 county), 웨일스 또한 단층제(22개 county)로 구성돼 있다.
잉글랜드 행정구역 개편의 절차는 단층제를 원하는 지방정부가 지역 내 합의를 기초로 제안서를 제출하면, 지방정부구역위원회(Boundary Committee for England)가 이를 ‘5가지 기준’(비용충당 가능성, 폭 넓은 지지, 강력하고 효율적인 리더십 여부, 지역 내 다른 작은 자치단체들의 정치참여 가능성 여부, 투자대비 가치창출)에 의해 평가하고, 재차 공공의 논의를 거쳐 주민투표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체제가 있다.
안와르 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장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력한 지방정부의 형태와 역할을 발표한다.
그는 최근 세계화와 정보혁명으로 인해 국가 내 및 국가 간의 거버넌스 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변화함과 아울러 로컬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시민들과 각종 기관의 위상 및 행태도 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경제적·사회적 성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해 ‘공공가치 창출의 독립적 촉진제’로 규명하고 있다.
그는 지방정부보다 광의의 개념인 ‘로컬 거버넌스’ 이론에 의한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네트워크를 촉진하는 ‘시민중심 거버넌스’를 바람직한 지방정부로 제안하고 있다.
또 경제성장 및 국제경쟁력 향상에 지방정부의 촉매제 역할이 전반적으로 빈약하다며 지역경제 발전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경우로 중국의 지방정부 모형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의 지방정부는 경제번영과 빈곤퇴치의 촉매제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데, 중앙은 국방·채무·외교를 그 외의 것들은 지방정부가 상당부분을 책임을 지고 있는 시스템으로 파악했다.
그는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더욱 폭 넓은 세제권한 및 책임성과 일관된 재정자치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오늘날 지방재정은 세계화 시대의 지방정부 역할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과세 자율성을 보다 확대하고 재정의 예측성, 투명성 및 형평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최상철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행정자치부 강병규 차관,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하계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을 비롯하여, 국내외 석학과 지자체 실무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하시모토 지사에 이은 기조강연에서 ‘한국 지방자치의 새로운 도전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지자체는 기업의 경영기법을 시정에 도입해 지역경영을 추진하되, 잘되고 발전시킨 시정을 오히려 기업에 역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창의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힐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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