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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발간된 ‘나는 골목에 탐닉한다’는 책은 골목도 충분히 여행 대상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역업을 하는 저자 권영성씨는 서울 동숭동, 안국동, 부암동, 인천 차이나 타운 등 국내뿐 아니라 일본, 독일 등 세계 골목을 여행한 체험을 에세이와 사진으로 엮었다. “정겨운 골목 풍경을 따뜻한 감성으로 담아낸 작품”이라거나 “골목을 통해 세계를 품에 안았다”는 평가가 과찬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서민 삶의 때가 묻어 있는 골목의 장점은 생각보다 많다. 무엇보다 골목에 있으면 외롭지 않다. 이웃과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요 어른들에게는 대화의 장소이다. ‘나는 골목에 탐닉한다’의 저자는 책에서 “골목은 마음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아주 오래된 이야기부터 바로 조금 전 벌어진 이야기까지 모든 걸 들려준다”고 말한다. 폐쇄되고 단절된 공간인 아파트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서울 가회동 한옥 골목, 종로 피맛골 등은 문화재적 가치와 함께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그러나 골목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골목이 급속도로 사라지는 데다 심지어 골목길이 소송거리로 전락하는 일도 잦다고 한다. 골목길 소유자들이 통행료를 요구하고 통행을 막으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골목길만 전문적으로 노리는 전문경매꾼도 늘어난다고 한다. 기업형 슈퍼에 밀려 골목상권도 위축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서민의 공간인 골목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일들이 겹쳐서 발생하니 안타깝다.

결국 인간의 탐욕이 문제다. 골목을 재개발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나 골목길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심리의 저변에는 돈만 추구하는 탐욕이 깔려 있다. 인간의 탐욕을 버려야 골목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특히 골목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고층아파트를 짓는 지금의 재개발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골목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재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골목이 업그레이드돼서 세월의 흔적이 적당히 쌓이면 의외로 훌륭한 볼거리가 될 수도 있다. 서민과 공존하는 재개발 방식일 수도 있다.

전천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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