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요원을 확대하고 이들을 경비할 ‘보호병력’ 파견을 담은 아프간 추가지원안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특히 한나라당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적인 공감대를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은 파병에 대체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찬-글로벌 코리아 국제사회 기여분담 불가피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실장 |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PRT를 파견하고, 이들을 경비하기 위한 무장 경호병력도 파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은 아프간에 다산·동의부대를 파병했다가 선교봉사단 20여명의 집단 피랍 사태를 겪으면서 2007년 서둘러 철군했다. 그 이후 우리 정부의 대 아프간 경제적 지원금액은 향후 약속 액수까지 합쳐 약 9600만달러 수준이다.
이는 전 세계 국가의 지원 총액 500여억달러의 0.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3만명 이상의 병력과 330억달러를 지원한 미국 외에도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은 수천명씩의 전투병을 보냈고 전체 병력이 5만명에 불과한 호주도 1200명을 아프간에 파병하고 있다.
일본도 참전은 안 하지만 우리의 20배가량 경제지원을 하고 있다. 심지어 헝가리,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체코, 라트비아 등 동유럽의 소국들도 각각 수백명씩을 참전시키는 등 전체 아프간 파병 국가는 42개국에 이른다.
한마디로 한국이 아프간 재건에 참여하는 것은 한미전략동맹의 정신에 비춰보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위상에 비춰보나 의당 해야 할 일이다. 한미동맹의 협력관계를 고려하고, 글로벌 코리아의 국제사회 기여 분담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면 아프간 파병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너무 우물거리고 눈치만 살피다가 시기를 놓치고 여론의 질타와 미국의 압박에 밀려서 파병하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찬-실업자 구제· 국민의 자긍심 고취 등 효과
양태호 사이버통일안보연구소장 홍익대 교수 |
대한민국을 세계가 놀라고 부러워하는 오늘의 위치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이 있다. 첫째, 뭐니 뭐니 해도 ‘새마을 운동’이다. 둘째, ‘월남파병’이다. 셋째, 우리 근로자의 중동지역 진출 및 국위 선양이 갖고 온 국익 신장이다. 넷째, 광부와 간호사들의 독일 파견이 아니었던가 싶다. 이 모든 역사적인 국가 중흥정책이 새마을운동을 제외하고, 과감한 대외정책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아프간 파병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 같은데 파병으로 얻어지는 국익을 생각해 보자. 첫째, 대미관계의 공고화다.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아프칸 파병 요청 관련 발언의 심각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최근의 모든 정세를 감안해볼 때 우리의 도움이 이때처럼 절실하고 값진 것이 될 수 있었던 적이 월남 파병 때를 제외하고는 없었던 것 같다. 이 도움으로 대미관계의 모든 현안이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확신한다. 둘째, 대규모 아프간 파병의 국내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에 미치는 영향이다.
아프간 파병의 구성을 현역군인으로 제한하지 말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원병으로 구성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실업자 구제책 또는 활용책으로서도 실효성이 있다.
셋째, 상기 2대 국익 증진책에 따른 부수적인 성과다. 즉 대한민국의 우수한 병력과 인력의 대외원조 투입에 따르는 국가 브랜드의 획기적 향상, 국민의 자긍심 고취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이 호기를 놓치지 말고 정부가 시급히 행동에 들어가기를 건의하는 바이다.
반-철군상태서 재파병… 국민적 합의 거쳐야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
우리 민족이 한반도를 중심 터전 삼아 오랜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수많은 외적의 침략으로부터 생존권과 문화적 정통성을 지켜오면서 형성된 국방사상의 기조는 ‘평화 수호의 방어전쟁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전쟁 역사상, 우리는 한 번도 우리의 국가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다. 헌법에도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을 정도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아무리 전시작전통제권을 갖지 못한 이상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할지라도 자국의 군인을 다른 나라 전쟁터에 보내는 생사에 관련된 문제를 진지한 국민적 토의와 합의 없이 쉽게 결정해버린다면 어찌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오로지 미국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눈치 보며 그들의 뜻에 맞춰 가볍게 결행한다면 어찌 정상적인 독립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2년 전에 이미 철군한 상태인데 재파병해야 한다면 그럴 만한 차별화된 목적이 있어야 할 터인데 그러지 못하다.
미국이 바라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상태다. 더구나 그 결정 과정이 마치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 맞추어 선물을 주려는 듯 서둘고 있는 듯해 주권국가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있다.
거짓으로 호랑이가 나타났음을 반복해 알리던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면 이는 불행한 일이다. 정부의 입장을 정직하게 설명하고 재정적 지원으로 전환하는 검토가 있기를 당부한다.
반-美 민주당조차 정확한 방침 없어 명분 희박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우리나라 지원단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전투병력을 파병할 것이라고 한다. 파병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우리와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의 당위성을 내세운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와 미국과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해도 현 시점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파견하는 것은 실질적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무엇보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9·11 테러 후에 미국이 벌인 침공전쟁 당시와는 성격이 바뀌었음을 알아야 한다.
9·11 후 미국은 중앙정보국(CIA)과 특수부대를 파견해서 탈레반에 적대적인 북부 동맹군을 지원해서 카불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지상군 투입을 망설이다가 토라보라에서 빈 라덴과 오마르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 후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고전하는 동안에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다. 그 성격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탈레반이 주도하는 ‘반 외세 투쟁’으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제는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파키스탄 서부도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요즘 파키스탄에선 사흘이 멀다고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군이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주의를 지킨다고 하지만 그것은 말뿐이고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내부적으로 발을 빼려고 하고 있다. 미국 또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에 대해 백악관과 민주당에서조차 명확한 방침이 서 있지 않은 상태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할 명분은 희박하다.
정리=황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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