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약한 청소년·여성 ‘음주율↑ 자살률↑’ 심각
주류광고 전면 제한·판매 면허제 등 대책 시급
우리 사회에서 나날이 증가하는 음주와 자살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토론회가 18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에서 열렸다. 본지와 정신보건센터가 공동주관한 ‘술과 자살’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청소년과 여성, 노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음주와 자살 연관성을 놓고 토의했다. 각계 전문가들은 음주로 인한 자살을 막기 위해 사회가 적극 나서 대책을 세우고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대중매체에서 주류 광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거나 주류 판매 면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시 정신보건센터에서 본지와 정신보건센터가 공동으로 마련한 ‘술과 자살’ 포럼 발제자로 나선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과 교수〈왼쪽 두번째〉와 관련 전문가들이 음주와 자살의 연관 관계와 대책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송원영 기자 |
그는 이어 “과도한 음주가 전두엽의 뇌 기능을 억제하다 보니까 평상시 같으면 스트레스나 환경적 요인으로 순간적으로 약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질 법한 자살 충동이나 욕구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버클리대 연구팀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자살시도자는 물론이고 자살사망자의 40%가 자살 시도 전 음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살시도 전 6시간 내 음주한 사람의 자살시도 위험성이 일반인보다 1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청소년 자살도 음주와 연관=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너무 쉽게 술을 접하는 점이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술이 유해약물로 규정됐으나 현실적으로 청소년에 대한 음주판매 규제가 그다지 엄격하지 않다.
2006년 옛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35%에게 주류 구매 경험이, 47.6%가 1년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국내 연구진의 청소년 행동위험요인 조사에서 과거 한 달간 5차례 이상 과음한 경우, 그러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자살시도 위험이 남학생은 4.59배, 여학생은 2.68배 높게 나왔다”면서 “청소년 음주가 성인에 비해 횟수가 적지만 과음의 가능성이 크고, 또 쉽게 취할 수 있어 충동억제 상실이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1995년 15.3%에서 2005년 41.1%로 2배 이상으로 늘었고, 같은 시기 여성의 자살률은 여성 10만명당 8.1명에서 15.8명으로 급증했다. 자살은 현재 우리나라 여성 사망원인에서 5위를 차지할 정도다.
이 밖에 우리나라는 60대와 70대 고위험 음주율이 각각 27.6%와 20.5%로, 노년층 음주도 줄지 않고 있다. 노인은 음주와 사회적 고립, 신체 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자살충동을 높일 수 있다.
◆서둘러 사회 차원의 대책 마련해야=토론자로 나선 손애리 삼육대 보건관리학 교수는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폭음자가 비폭음자에 비해 계획하지 않은 성행위를 할 확률이 4.19배, 성교 시 안전한 성행동(콘돔 사용 등)을 하지 않을 확률이 3.84배, 성폭행을 하거나 당할 확률이 2.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손 교수는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 술의 소비를 통제하고, 면허제도 등을 도입해 소매점뿐 아니라 업소에서 주류판매도 조절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음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2차 폐해에 대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음주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개선해 나가는 범국민적 교육 홍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애란 카프 마포알코올상담센터 소장은 “우리 사회는 알코올 문제를 개인 어려움이나 가족갈등으로만 보는가 하면 알코올 치료와 재활도 개인과 가족이 1차적 책임을 맡고 있다”며 “효율적인 국가 차원의 알코올 정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알코올 문제의 특성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 계획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선완 건양대 정신과 교수는 “알코올 문제는 보건복지 문제 이상의 정치, 경제적 관점까지 포함된 포괄적인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알코올에 의한 피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음주문화를 개선할 문화운동과 함께 알코올 문제를 가진 사람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회적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 관련기사 ]
◆ "두시간에 소주 5잔은 '폭음', 月 5번이상땐 '헤비 드링커'"
그는 이어 “음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2차 폐해에 대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음주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개선해 나가는 범국민적 교육 홍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애란 카프 마포알코올상담센터 소장은 “우리 사회는 알코올 문제를 개인 어려움이나 가족갈등으로만 보는가 하면 알코올 치료와 재활도 개인과 가족이 1차적 책임을 맡고 있다”며 “효율적인 국가 차원의 알코올 정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알코올 문제의 특성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 계획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선완 건양대 정신과 교수는 “알코올 문제는 보건복지 문제 이상의 정치, 경제적 관점까지 포함된 포괄적인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알코올에 의한 피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음주문화를 개선할 문화운동과 함께 알코올 문제를 가진 사람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회적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 관련기사 ]
◆ "두시간에 소주 5잔은 '폭음', 月 5번이상땐 '헤비 드링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