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국민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시민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체포한 뒤 DNA 표본을 채취해와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타임스 등 영국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 자문기관인 인간유전자위원회(HG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광범위한 유전자 DB 구축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를 고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시민 DNA 표본을 얻기 위해 체포를 일상적으로 해왔다. 심지어 최근 범죄가 줄었음에도 체포 건수는 계속 늘었다. 2004∼05년 이후 영국 내 범죄 발생 건수는 매년 감소했지만, 체포된 사람 수는 2005년 143만명, 2006년 148만명으로 증가했다.
한 은퇴 경찰관은 위원회에서 “현장 경찰은 어떤 이유로든 범법자를 체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하는 이유는 DNA를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조너선 몽고메리 HGC 위원장은 “경찰이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의 DNA를 채취한다”며 “무고한 국민 가운데 DNA 자료에 등록된 사람이 100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의 저인망식 체포가 젊은 흑인에 집중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흑인이 경찰의 불심검문을 당하는 경우는 백인의 두 배에 달했고, 18∼35세 흑인 남성의 75%는 DNA 자료가 정부에 등록돼 있다. 영국 평등·인권위원회(EHRC)는 “흑인 DNA 자료량은 한 인종이 눈에 띄는 범죄성향을 대표하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문제는 DNA 자료가 한 번 등록되면 영구적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경찰에 한번 DNA가 채취된 사람은 현재로선 이를 삭제할 방법이 없다. 어린시절 DNA 정보가 여전히 경찰에 보관된 테스파예는 “내 DNA 정보로 정부가 무슨 짓을 할지 두렵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국민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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