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두바이 쇼크 영향은=금융당국은 두바이 사태가 당장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금융권의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채권 잔액은 2억2100만달러로, 이 중 두바이 채권은 8800만달러다. 특히 두바이 정부가 채무상환을 유예해 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한 두바이월드 채권잔액은 3200만달러에 불과하다.
금융권별로는 은행이 약 80%를 차지하고, 우리은행이 740만달러 정도로 가장 많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회사의 전체 대외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모두 528억달러인데, UAE의 익스포저는 전체의 0.4% 정도에 불과해 현재로선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두바이 쇼크가 다른 중동 국가와 유럽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신용경색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경제에도 만만치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이번 사태 여파로 한국 경제의 대외 신용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6일 기준 1.00%로 전날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원은 “두바이 사태가 유럽을 통해 금융 위험으로 재현될지와 호주 등 일부 출구전략 선도 국가들의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실물경제 회복 둔화될 듯=수출 등 대외 의존도가 매우 큰 한국 경제로서는 두바이 쇼크로 대외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는 현재 ‘불황형 흑자’와 마이너스 성장 탈출의 중요한 고비에 서 있다는 점에서 무역환경이 나빠지면 그만큼 경기의 정상 궤도 진입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수출 감소세는 9월 8.5%에서 10월 5.5%로, 수입 감소세는 24.1%에서 14.7%로 둔화되면서 불황형 흑자 탈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두바이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은 사실 경제전문가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돌발 악재”라며 “점차 여파가 확산되면서 세계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두바이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사실 위험성을 그리 크게 보지 않았다”며 “선진국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수 HN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두바이 사태는 세계 경제의 회복이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라며 “내년부터는 경기부양 효과가 눈에 띄게 약화되면서 실물경기 회복의 둔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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