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쇠고기 협상정책 비판은 언론의 책무” 강조
檢 “판사 자의적 결론” 판결문 조목조목 반박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20일 MBC PD수첩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형사사건에서 언론보도의 명예훼손은 보도내용의 세부 사실이 아니라 전체적인 평가에 초점을 맞춰 허위사실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 근거로 삼았다. “보도 내용 일부가 허위라도 전체적 맥락에서 진실에 부합한다면 허위보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납득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박하고 있어 항소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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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능희 전 PD수첩 책임PD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PD수첩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제작진, 변호사들과 법원을 나서며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제원 기자 |
검찰은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 보도와 관련,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없는데도 PD수첩이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판사는 전체적인 보도 취지를 볼 때 ‘다우너 소=광우병’식으로 직접 연관성을 언급했다기보다는 다우너 소들을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로 소개한 정도로 받아들였다. 검찰 주장대로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광우병 의심 소’라는 취지의 보도 내용은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게 문 판사의 논리다.
결국 PD수첩 보도는 전체적인 맥락으로 볼 때 합리적인 이유에서 상당한 근거를 갖고 문제점을 비판했으므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문 판사 입장이다. 문 판사는 “정부의 쇠고기 협상 정책을 비판한 보도는 언론 자유의 중요한 내용인 보도의 자유에 속한다”며 “그 과정에서 공직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명예를 훼손하거나 그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제대로 판단조차 안 해”=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판결 직후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소한 내용에 타당성이 있는지 따져 유·무죄를 가려야 하는데 법원이 PD수첩 보도 내용을 마음대로 해석한 뒤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는 자의적 결론을 내렸다는 게 검찰의 지적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 핵심은 보도 내용이 허위냐, 아니면 진실이냐에 있다. 그런데 법원이 “과장되거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표현에 불과해 중요한 보도내용이 아니다”면서 판단 자체를 회피했다는 것이다.
PD수첩 제작진이 쇠고기 수입 협상팀 등 정부 관계자를 ‘친일 매국노’로 지칭한 부분도 법원 판단 대상에서 빠졌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신 차장은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판단조차 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말했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국민이 사법부 판결에 불안해한다”는 말로 수사팀을 두둔하고 나섰다.
검찰이 즉각 항소하기로 함에 따라 공은 이제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검찰은 “2심 재판부에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에 맞는 정당한 법적용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영·김정필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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