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편식 해소… 불모지 피겨서도 金
온 국민을 울린 감동의 드라마는 끝났다. 태극 전사들은 1일 화려한 폐회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아니 기적에 가까웠다. 한국은 대회 폐막 하루 전인 28일 현재 14개의 메달(금 6, 은 6, 동 2)을 따내 동계스포츠 선진국인 캐나다, 독일, 미국, 노르웨이에 이어 종합 순위 5위에 오르는 믿기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벌써 4년 뒤 소치올림픽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태극 전사들의 눈부신 활약상과 앞으로 한국 동계스포츠가 풀어야 할 숙제를 부문별로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한국은 이번 동계올림픽 15개 기본 종목 중 아이스하키와 컬링, 노르딕복합을 제외한 13개 종목에 46명의 선수와 임원 38명 등 총 84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봅슬레이와 루지, 스켈레톤 썰매 3종목에 처음 출전했고 스키점프와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스키 등에도 참가 명단을 올려 종목을 다양화했다.
또한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에서 철저한 비인기 종목이라는 굴레와 열악한 국내 기반 시설의 이중고를 뚫고 모두 시상대에 오르며 총 14개의 메달을 따내 4년 전 토리노올림픽에서 기록한 종전 최다인 11개의 메달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은 국가별 순위를 금메달이 아닌 총 메달 수로 따지더라도 7위를 차지해 세계 ‘톱10’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메달 편식 현상이 해소된 점도 고무적이다.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처음 참가했던 한국은 지난 대회까지 금메달 17개, 은메달 7개, 동메달 7개 등 총 31개의 메달을 땄다. 하지만 쇼트트랙을 빼면 1992년 알베르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김윤만의 은메달, 토리노 대회 때 역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이강석이 딴 동메달이 전부였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밴쿠버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에서도 올림픽 사상 처음 금맥을 캐며 역대 최고의 올림픽으로 만들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모태범과 이상화가 남녀 500m를 석권했고 남자 1만m에서는 이승훈(이상 한국체대)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단숨에 빙속 강국으로 우뚝 섰다. 더욱이 스피드스케이팅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해 전통적인 메달밭 쇼트트랙(금 2, 은 4, 동 2)을 제치고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불모지 피겨스케이팅에선 김연아(고려대)가 한국 체육사를 완전히 새로 썼다. 또한 꿈나무 곽민정(수리고)도 피겨스케이팅에서 13위에 오르는 등 한국은 빙상 3종목에 걸쳐 명실공히 최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세계적인 슈퍼스타 배출도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얻은 값진 성과 중 하나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2600명이 넘는 선수를 통틀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슈퍼스타는 단연 김연아였다. 김연아는 쇼트 및 프리프로그램에서 모두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완벽한 연기로 역대 최고점인 228.56점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의 밤을 홀린 천상의 연기는 지구촌이 일제히 ‘피겨 여왕’이라고 찬사를 쏟아낼 정도였다. 지난 27일 워싱턴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회담 도중 김연아를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 자리에서 “TV를 통해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봤다”면서 “금메달이 확정된 뒤 뉴욕에 사는 딸 첼시와 통화하면서 김연아 얘기를 하느라 잠을 설쳤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모태범과 이상화, 이승훈이라는 3명의 특급스타를 탄생시켰다. 동계올림픽 사상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를 한 국가가 휩쓴 것은 처음이며 최장거리 1만m까지 우승한 것은 더욱 경이로운 성과로 꼽힌다.
유해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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