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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승 첫 출전에서 금보다 값진 19위 쾌거
개척자 강광배 “日 제치고 결선 올라 감격”
2명 또는 4명이서 썰매를 타고 얼음코스를 활주하는 봅슬레이 종목에 있어서 한국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국내에는 제대로 된 경기장조차 없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이 지난해 1월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선발전 및 제2회 회장배 대회’를 일본 나가노 스피럴경기장에서 치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홀로 국내 썰매 종목을 개척해 온 강광배(37·강원도청)를 제외하곤 대표선수들의 이력에 봅슬레이가 들어간 것도 얼마 안 된다. 김정수(29·강원도청)는 역도선수 출신이고 이진희(26·강릉대)는 3년 전만 해도 창던지기 선수였다. 김동현(23·연세대)은 지난해 대표선수 후보 선발전에서 뽑힌 일반인 출신으로, 봅슬레이 경력은 만 1년밖에 안 됐다. 그간 다른 나라의 봅슬레이를 빌려 타다 2008년 1억2000만원을 들여 전용 봅슬레이를 구입한 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변화로 꼽힐 정도였다.

그런 봅슬레이 대표팀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일을 냈다.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4인승 경기에서 3차시기까지 19위를 기록, 전체 25개 출전팀 중 20위까지 올라가는 결선 레이스에 진출했다.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것 자체가 장한 일인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결선에 오르는 쾌거까지 이뤘다. 열악한 조건을 딛고 일궈낸 ‘작은 기적’이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비록 4차시기까지 합계 3분31초13으로 최종순위는 19위에 머물렀지만, 이는 한국이 휘슬러 지역에서 낸 최고의 성과다. 한국은 이번 대회 들어 빙상 종목에서는 그랜드슬램(쇼트트랙·스피드·피겨스케이팅)을 달성하며 신바람을 냈지만, 설상 종목에서는 모두 하위권으로 처졌었다.

경기 뒤 ‘개척자’ 강광배의 목소리는 감동으로 넘쳐 있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첫 번째 목표는 일본을 이기는 것이었고 두번째 목표는 20위 이내에 들어 결선 레이스에 진출하는 것이었다”면서 “두 가지 다 이루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썰매 종목의 역사가 60년이나 긴 일본은 3차 시기에서 21위로 밀려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강광배는 이어 “경기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여기까지 찾아온 어머니와 아내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면서 “그동안 훈련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성공적인 대뷔전을 치렀지만 대표팀은 “이제 시작”이라며 마음가짐을 새로이 했다. 강광배는 “올해 4월 평창에 스타트 훈련장이 완공되면 여건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4년 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최초의 메달을 향해 질주할 것”이라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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