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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납치' 눈감은 일본 ①] 수개월∼수년간 감금해 놓고 ‘개종’ 강요

관련이슈 '종교인 납치' 눈감은 일본

입력 : 2010-03-26 11:41:15 수정 : 2010-03-26 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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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통일교 신자들 타깃 탈출하려다 중상·자살도
일부 기독교 과격파 단체 부모·친인척들 동원 범행
日경찰 “가족문제” 뒷짐만
인권선진국을 자처하는 일본에서 반인륜적인 납치 사건이 횡행하고 있다. 일본 내 일부 과격파 기독교 단체들이 정부 당국의 수수방관 속에 통일교 신자의 가족들을 포섭해 ‘강제개종 납치감금’을 버젓이 벌이고 있다. 일본에서 자행되는 통일교도에 대한 납치감금 범죄의 실태와 문제점 및 대책, 한국 내 피해자들의 사연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2월7일 일본 도쿄에 사는 통일교 신자인 후지모토 나나미(30·가명)는 조카의 생일잔치 때문에 친가가 있는 도치기(?木)현 오히라마치(大平町)에 간다고 외출한 이후 45일째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 1월15일에는 메이조(名城) 대학의 통일교 서클에 소속된 스즈키 미유키(4학년)도 사가(滋賀)현의 고향집에 잠시 내려간 뒤 지금까지 연락이 두절됐다.

일본에서 특정 종교의 신도를 노린 납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헌법은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자신의 신앙 때문에 언제 납치감금될지 몰라 떨어야 하는 상황이다. 단속에 나서야 할 일본 정부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면서도 정작 국내에서 벌어지는 반인권적 납치 범죄에는 눈을 감고 있다.

24일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통일교회)는 1960년대부터 일본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통일교도에 대한 납치 범죄 피해가 3월 현재까지 430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사례 중에는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로 무장한 괴한 20여명이 돗토리(鳥取)현 통일교회에 난입해 여성 신자를 납치한 뒤 1년3개월 동안 감금하면서 신앙 포기를 강요한 사건도 있다. 한 청년 신도는 감금 장소인 맨션 6층에서 감시를 피해 탈출하려다가 추락해 중상을 입어 지금도 기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서 살던 여성 신도(27)가 잠시 친정에 들렀다가 납치돼 절망한 나머지 감금된 맨션의 화장실에서 자살한 비극적 사건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1970∼1980년대에 ‘디프로그래밍’이라는 강제 납치 개종이 성행했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과격파 기독교 단체가 신종교 신자들을 납치·감금해 신앙을 포기시키는 행위가 신앙의 자유와 신체 자유권을 해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가 강력한 단속을 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 당국은 납치 사건을 방관하고 있다. 일부 과격파 기독교 목사들이 통일교 신자의 부모나 친척을 교묘하게 방패막이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납치 피해자들은 대부분 부모 형제의 연락을 받고 친가나 가족모임에 갔다가 강제 납치되고 있다. 일본 경찰은 피해자들의 납치 피해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부모형제가 나서서 “이것은 가족 내부 문제”라고 해명하면 눈앞에 피해자를 두고도 그대로 철수하고 있다.

납치 피해자들은 풀려나더라도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임상정신의학’ 잡지(2000년 10월호)는 납치 피해를 본 통일교 신자들이 풀려난 뒤에도 “가족이 저지른 일을 잊을 수 없다. 부모의 호적에서 파나오고 싶다”며 부모형제에게 자신을 강간한 범죄자에게 품게 되는 것과 똑같은 증오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가모노 마모루(鴨野守) 홍보국장은 “신앙의 자유는 가령 부모나 형제라도 일방적으로 짓밟을 수 없다”며“일본 정부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만 신경을 쏟을 게 아니라 국내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납치 비극에 대해서도 법치국가에 걸맞게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일본 통일교도에 대한 강제 개종 납치피해의 대표적 사례
이 름 피해내용
고토 도오루(後藤徹) 가족과 기독교 목사 등에 의해 납치돼 12년5개월간 감금생활.
2008년 풀려났을 당시 극도의 영양실조 상태.
노조에 마키토(野副牧人) 1992년 가족에 의해 납치감금. 탈출중 허리를 다쳐 하반신 불수 선고받았다가 기적적으로 회복.
고이데 히로히사(小出浩久) 의사 출신. 1992년 2년간 납치 감금. 풀려난 후 자신의 경험을 ‘납치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책으로 펴냄.
고바야시 소이치로(小林宗一) 1992년 이후 3번이나 납치당함. 감금장소에 경찰 출동했지만 가족문제라며 그냥 철수해 논란.
데라다 고즈에(寺田) 한국에서 결혼생활 중 일본 친정집을 방문했다가 납치감금. 2개월 후 남편에 의해 구출 성공.
이마리 가즈야(今利智也) 1995년, 97년 두 차례 납치피해. 납치사건에 경종 울리기 위해 부모와 기독교 목사를 고소.
시오타니 도모코(?谷知子) 한국에서 결혼해 살다가 1993년 일본 친정집에서 납치. 충격으로 지금도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음.
자료:일본 납치감금 강제개종 피해자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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