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에 따르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카싯 피롬야 태국 외무장관은 지난 13일 “태국이 앞으로 어떤 형태의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입헌군주제를 포함한 모든 것에 개방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카싯 장관은 이어 왕실에 대한 비판이 허용되는 영국과 네덜란드를 예로 들며 “(태국도)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왕실과 군주제 등을 어떻게 개혁할지 등을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임스는 현직 장관이 왕실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제안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이 발언이 시위대 등 국민을 자극해 태국 정국을 더욱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태국에선 왕실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며 만약 왕실을 모독했을 경우 최고 징역 1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싱가포르 신문인 투데이온라인도 “이 발언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부를지 알기에 태국 언론들은 관련 내용을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태국 정부도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파문이 어떨지는 짐작할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 태국의 반정부시위는 최대 명절인 ‘송끄란’(전통신년축제·13∼15일)을 맞아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지만 태국 정부와 반정부시위대(UDD·일명 레드셔츠)는 유혈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 여전히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시위대에 섞여 있던 테러범들이 유혈사태를 초래했으며 현재 언론과 시민 등을 대상으로 관련 사진과 영상 등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UDD 측은 “유혈사태 당시 군부대가 시위 참가자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담은 12분 분량의 영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14일 방콕의 에라완 응급의료센터가 시위 도중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던 군인 1명과 시위대 1명이 숨졌다고 밝혀 반정부시위로 인한 사망자는 23명으로 늘었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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