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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쪽으로 갈라진 5.18 30주년 기념식

입력 : 2010-05-18 14:06:59 수정 : 2010-05-18 14: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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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왜 못 부르나" 유족 등 반발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린 '임을 위한 행진곡' 때문에 5.18 30주년 기념식이 두쪽으로 갈라졌다.

신군부의 비상계엄 조치에 반발해 전남대 정문 앞에서 최초의 시위가 벌어진 지 정확히 30년 만인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는 이른 아침부터 장대비가 내렸다.

쓸쓸한 분위기 속에 예년보다 적은 44개 중대 3천여명을 묘역 주변에 배치한 경찰과 소복 위에 비옷을 걸쳐입은 유족들만이 행사 전 묘지 곳곳을 둘러보느라 분주했다.

오전 10시 기념식 시간이 다가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민심 탐방에 나선 여야 정치인들이 속속 도착했으나 어수선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준비된 좌석에는 일부에만 비 가림 천막이 설치돼 뒤쪽 좌석은 텅 빈 채 우산을 쓴 초청자들만 일부 자리를 채웠다.

대표자들이 기념식 보이콧을 선언한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18 단체 회원 100여명은 묘역 입구인 '민주의 문' 아래에 모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광주 항쟁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도청에서 전사한 윤상원씨와 노동현장서 숨진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에서 발표된 뒤 5.18 기념식 등 추모곡으로 애창돼온 이 노래의 제창이 식순에서 빠진데 대한 반발이었다.

헌화·분향에 이어 정운찬 총리가 대통령 기념사를 대독하자 유족 등 50여명은 경찰의 제지를 뚫고 식장에 난입, 노래와 구호를 연창했다.

인근 5.18 구 묘역에서는 또 하나의 기념식이 열렸다.

임을 위한 행진곡 배제에 반발한 5.18 기념행사위원회가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별도의 기념식을 마련한 것.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신묘역을,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 구묘역을 찾았으며 민주당 내에서도 정 대표는 공식 행사에, 강운태 광주시장 후보와 지역 의원들은 구묘역 행사에 참석했다.

유족 등은 "노래가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2년 연속 기념식에 불참하는 등 5.18을 홀대하는 듯한 정부 인식의 문제"라며 서운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유족 황모(81)씨는 "30년간 불러온 노래도 못 부르게 하는 기념식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라며 "정부에 무릎을 꿇고라도 5.18 유족과 광주의 한을 알아달라고 호소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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