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뉴욕 스토니브룩 주립대 종교학과를 거쳐 웨스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일아스님이 경전 번역서나 학술서가 아닌 에세이집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일아스님은 서울여대를 졸업하고 고교 교사생활을 한 후 서울 명동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에 입회해 계성여중 수녀교사로 있다가 조계종으로 출가한 특이한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책의 제4장 '나의 삶, 나의 수행, 나의 학문'에서는 일아스님이 한국과 미얀마, 태국, 미국으로 이어지는 구도의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소개된다.
스님은 비구니가 된 계기가 수녀원에서 수련생활 동안 도서관에서 법정스님의 '무소유' '법구경' 등과 '불교성전'을 읽은 것이었다고 회고한다.
수녀 수련생활 5년 후 종신서원을 앞두고 계성여중에서 수녀교사로 지내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당시 송광사 불일암에 살던 법정스님을 찾아갔고 법정스님은 일아스님을 언양 석남사로 보낸다.
"나 자신을 관조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단을 해야 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출가한 것을 후회한다거나 세속생활이 좋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다."(283쪽)
일아스님은 출가 후 미얀마와 태국 등의 불교센터에서 수행하면서 빨리어로 된 초기불교 경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힘겨운 미국 유학생활 끝에 2008-2009년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 '행복과 평화를 주는 가르침' 등의 편역서와 아소카 왕의 각문(刻文)을 연구한 '아소카'를 냈다.
일아스님은 지금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혼자 수행하면서 경전 번역ㆍ연구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기를, 지치고 고단한 이들이 삶의 활력을 되찾기를, 각박하고 살벌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발견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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