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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view] 타블로 학력논란, 음모론인가 자충수인가

입력 : 2010-06-17 17:36:42 수정 : 2010-06-17 17: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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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나운서 백지연의 친자 확인 소동이 떠들썩하게 사회에 이슈를 몰고 온 적이 있었다. 한 네티즌은 PC통신 게시판에 ‘백지연의 아들은 전 남편의 아이가 아니며 생물학적 친부는 방송국 고위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실었다. 이 루머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의혹은 부풀어지며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결국 언론에까지 이 내용이 보도되자 백지연은 처음 글을 올린 네티즌을 고소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임을 증명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당시 백지연은 ‘허위 사실을 유포한 네티즌들 왜 곧바로 고소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곧바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할 생각이었으나 시중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 맞선다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게 없다고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어난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본명 이선웅)의 학벌 위조 논란은 이 오래전의 사건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 또한 한 네티즌의 근거없는 주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인터넷 게시판에 "스탠퍼드대 졸업자 명단을 확인해보니 타블로의 이름이 없다. 그와 그의 가족들은 전부 매장당해야 한다"는 인신공격성 글을 꾸준히 올린 한 네티즌은 결국 지난 4월 타블로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타블로 또한 초반에는 '터무니없는 루머'라며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 끝내 눈물 흘린 타블로 “나는 거짓말 하지 않았다”

11일 타블로는 자신의 트위터에 학력위조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저는 당신에게 거짓말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와 제 가족의 삶은 망가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없길 기도합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앞서 타블로는 자신의 대학 성적표도 함께 공개하며 “3년 반 동안 학·석사과정을 마치는 코터미널(co-terminal) 프로그램은 매 과목마다 20여쪽 분량의 페이퍼를 제출하고, (1권으로 정리된) 별도 논문은 출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는 국내 한 언론의 요청에 따라 학력인증서에 ‘대니얼 선웅 리(Daniel SeonWoong Lee)’ 가 1998년부터 9월 스탠퍼드대 영문과에 입학, 2001년 4월 학사를 취득한 후 2002년 4월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한 타블로의 스승이었던 토비아스 울프 교수는 ‘그런 학생은 모른다’는 처음 입장에서 ‘확인 결과 본교 졸업생이 맞다’고 번복하며 친필 사인으로 증명서를 국내 언론사에 보냈다.

지난해 타블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창시절의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어렸을 때 나는 인기도 별로 없는 애였고 그 어떤 부류에도 끼지 못하는 애였다. 흑인 친구들도 많고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서인지 동양 친구가 없어 많이 외로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학창 시절 존재감이 없던 학생에 가까웠다. 때문에 타블로의 스승이었던 울프 교수가 처음 국내 언론에서 그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단번에 기억해내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학 학과장님은 계속 사람들이 저를 괴롭히면 방송 인터뷰에도 응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제가 누명을 벗어도 제 가족의 마음에 든 멍은 치유되기 힘들 것 같아요. 오랜 시간 편찮으셨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는 마음이 찢어지셨을 겁니다. 제 음악을 사랑해주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다시 음악을 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타블로가 성적표를 공개하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그는 심한 고통으로 당분간 음악 활동을 중단할 듯 보인다. 현재 타블로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 발표와 함께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 성적표 공개하자…네티즌 "진짜 천재 맞네"

침묵하던 타블로가 직접 성적표를 공개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자 그를 비난하던 인터넷 여론은 돌아서는 분위기다. 근거 없는 비난과 극단적인 상황이 난무하던 인터넷 게시판은 불과 하루 사이에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르며 급반전의 양상을 띄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아내인 강혜정 씨가 지난달 출산 후 몸조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디 별 탈 없기를 바란다”며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했고 “근거도 없이 명예를 훼손한 사람들은 법적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의견도 게시판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번 일을 통해서 집단 광기와 군중 심리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됐다”며 “인터넷 루머의 생산과 확산의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 씁쓸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최면에 걸린듯 무조건 ‘인증하라 인증하라’며 조롱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며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네티즌도 글도 있었다.

특히 공개된 성적표에 기재된 성적을 두고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에 가장 놀라운 것은 타블로의 뛰어난 성적”이라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오히려 그에게 관심이 없던 대중들조차 이번 일로 타블로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는 식이다. 한 네티즌은 “지나치게 과대평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3년 반 만에 학·석사를 졸업했다니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네티즌들은 타블로의 성적표 공개에도 학력 위조 의혹을 접지 않고 있다. 성적표의 진위까지 의심하는가 하면 캐나다 국적과 군면제에 대한 비판으로 그 주제를 옮겨가고 있다. 5만 여명의 회원이 가입된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규명합니다’에서는 ‘타블로가 스탠포드대 졸업생이 맞다’고 친필로 공식 문서를 보낸 울프 교수의 증명 조차도 ‘위조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 무서운 '마녀 사냥' vs “빨리 인증했더라면…”

처음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네티즌들은 이 주장을 두고 터무니없는 루머라 주장하는 쪽과 학력 위조가 사실인 양 그를 비난하는 쪽으로 양분되어 서로 논쟁을 벌였다. 타블로의 과거 기사들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해 오류를 찾는 등 구색을 맞추는가 하면, 미국 대학의 시스템과 스탠퍼드대 재학생의 증언까지 나오면서 점점 살이 붙고 이야기는 부풀어져 갔다. 구체적인 증거와 논리적인 반박이 이어지며 논쟁은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졌다.

여러 언론 매체에서 스탠퍼드대를 통해 학력을 증명하는 기사를 여러 차례 보도했지만 타블로가 직접 성적표 공개하기 전까지도 논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타블로가 일찍이 의구심을 해결하지 않아 사건을 더 키웠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타블로는 처음부터 이 같은 논란에 ‘터무니없는 루머’라며 아예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타블로가 일부 악플러들의 ‘인증’을 요구하는 비판의 목소리에 발 빠르게 성적표 공개 등을 하지 않았던 것은 이미 몇 차례 학력 논란을 겪은 바 있고, 때로 맞대응은 사건이 본질을 떠나 더 큰 이슈화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타블로는 “애초부터 그들의 목적은 진실이 아닌 증오였다”며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저주를 퍼부으며 해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해명이 필요한가”고 억울해했다.

이번의 사건은 아직도 ‘학벌중시' 경향으로 곪을 대로 곪은 우리 사회의 치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스탠퍼드대 교수가 졸업생을 인정하는 친필 사인을 두고서도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아직 남아있는 것을 보면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음모에 가깝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학벌 콤플렉스 그리고 거짓말 콤플렉스가 만들어낸 커다란 좌절감이 숱한 의구심을 만들어낸 셈이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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