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위 “휴업일에도 순찰인력 배치” 뒷북 대응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문제점을 지난해 말 파악하고서도 제때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수철 사건’처럼 학교 내 성폭행·성추행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것도 뒷북 대응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불안한 학부모들은 직접 학교 순찰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15일 교과부가 한나라당 손숙미 국회의원(비례대표)에게 제출한 ‘CCTV와 배움터지킴이 운영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CCTV 모니터가 숙직실에 있는 경우가 많고 실시간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예방효과는 다소 있으나 사안 해결이나 즉각적인 상황 대처 효과는 없다’고 지적돼 있다. 김수철 사건에서 범인을 비교적 일찍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김수철이 아이를 데려가는 장면을 찍은 CCTV가 한몫을 했다.
보고서는 이어 ‘담당교사가 CCTV 성능과 작동 방법을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형식적인 담당자로 지정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보급 초기 설치한 CCTV는 기능과 성능이 떨어져 야간에 효과가 없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보고서는 교과부가 지난해 11월 서울과 광주, 경북, 강원 지역에서 각급 학교 생활지도부장 간담회 등을 통해 CCTV와 배움터지킴이 운영현황과 문제점 등을 파악해 작성한 것이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교과부가 CCTV 문제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역별 중앙센터를 설치해 각 학교 CCTV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시급히 갖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각 학교장이 CCTV 관리자를 지정하고 주간에는 교무실(또는 행정실), 야간에는 당직실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도록 했다”며 “배움터지킴이 사업도 시·도 교육청 등과 함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실효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국의 ‘사후약방문’식 대응과 ‘예산 타령’에 지친 학부모들은 자구책을 강구 중이다. 서울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지난 11일부터 매일 아버지회 회원 30여명이 2인1조로 학교 안팎을 순찰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뒤늦게 휴일 등 취약시간대 학교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위원회는 14일 정례회에서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34억2400여만원의 ‘배움터지킴이 운영확대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교육청은 예산안이 이달 말 시의회에서 통과되면 내달 1일부터 재량휴업일 등 정규수업이 없는 날에도 관내 모든 초등학교에 배움터지킴이를 확대 배치할 계획이다.
나기천·이경희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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