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욕망의 괴물이…" 태연히 범행 재연

‘제2의 조두순’ 김수철 사건 현장검증
18세 소녀와 두달간 동거… 경찰, 청소년 성매매혐의 추가 적용

“죽을 죄를 졌습니다. 내 안에 욕망의 괴물이 있어서 그런 (나쁜)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현장검증이 이뤄진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주택가. 분홍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검은색 모자를 쓴 김수철(45)은 피해 초등생을 대신한 소형 마네킹의 목덜미를 쥐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에서 8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수철이 15일 오전 현장검증에서 마네킹을 이용해 범행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오전 6시부터 시작한 현장검증은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납치하는 장면을 비공개로 진행한 뒤 학교에서 500m가량 떨어진 김의 집 인근 골목에서 초등생을 끌고 가는 장면부터 공개됐다.

양쪽에 주택과 상가가 다닥다닥 붙은 길에서 50여m를 내려가자 길이 폭 3m가량으로 좁아졌다. 마네킹을 앞장세운 김은 좁은 길에서 집으로 향했다. 5분 만에 도착한 김의 집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텔레비전과 사각거울, 물 등이 구석에 놓인 방안에 서서 김은 형사들에게 “그냥 데려와 묶었다”고 말했다.

김은 “(초등생에게)조용히 하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아)커터 칼을 목에 댔다. 그랬더니 조용히 했다”며 “집까지 데려오는 동안 흉기로 위협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은 “죽으려고 수면제도 챙기고 부산에 내려가 산이나 모텔에서 자살하려고도 했다”고 털어놨다.

김이 학생을 납치하기 직전 같은 학교에서 다른 여학생을 성추행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은 “다른 초등학생은 도망갔다”고 말했다. 현장검증을 지켜본 주민들은 “저런 죽일 놈” 등을 외치며 손가락질을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김이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가량 18세 소녀와 동거하면서 매번 2만원가량을 주고 30여차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확인, 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추가 적용키로 했다. 경찰은 16일 오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귀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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