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리빙스턴을 떠나 보츠와나의 카사네(Kasane)로 가는 날이다. 초베국립공원을 보기 위해서다. 아침 일찍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국경으로 가는 중간기착지인 밍고르고로 향했다. 밍고르고는 택시로 불과 15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밍고르고에서 다시 택시를 갈아타고 1시간 남짓 달리니 잠비아와 보츠와나 국경을 가르는 잠베지강이 보인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잠베지강을 건너야 한다. 보츠와나 비자를 받고 잠베지 강가를 쳐다보니 기다란 화물 트럭과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현지인을 따라 배에 올라 10분 남짓 주변 경치를 구경하고 있노라니 어느덧 보츠와나 땅이다. 나는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초베국립공원이 위치한 카사네로 향했다.
밍고르고에서 다시 택시를 갈아타고 1시간 남짓 달리니 잠비아와 보츠와나 국경을 가르는 잠베지강이 보인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잠베지강을 건너야 한다. 보츠와나 비자를 받고 잠베지 강가를 쳐다보니 기다란 화물 트럭과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현지인을 따라 배에 올라 10분 남짓 주변 경치를 구경하고 있노라니 어느덧 보츠와나 땅이다. 나는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초베국립공원이 위치한 카사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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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베국립공원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코끼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서식하는 코끼리의 수는 무려 12만두에 이른다. |
보츠와나 땅에는 약 3만 년 전부터 선주민인 코이산족(KhoiSan)이 살고 있었으나 오늘날 코이산족의 수는 5만5000명 정도로 그 수가 줄어들었다. 15세기부터는 츠와나(Tswana) 사람들이 남쪽에서 보츠와나로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보츠와나’라는 나라 이름도 츠와나 종족을 집단적으로 부르던 말인 ‘바츠와나(Batswana)’에서 나왔다.
1966년 영국령에서 독립한 보츠와나는 전쟁, 군사쿠데타, 폭동을 겪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이 온화하고 친절한 편이며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풍부해 아프리카에서 부유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보츠와나는 또 나라 전체의 17%가 국립공원이고 20%는 야생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보츠와나에서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오카방고델타와 초베국립공원. 이 가운데 보츠와나의 북서쪽에 위치한 초베국립공원(Chobe National Park)은 보츠와나에서 두 번째로 큰 국립공원이자 아프리카 대륙에서 야생동물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잠비아 빅토리아 폭포에서는 불과 8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여행객의 발길이 잦다.
초베국립공원의 전체 크기는 1만2000㎢. 한 마디로 야생동물의 대규모 서식지인 초베국립공원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코끼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 서식하는 코끼리의 수는 무려 12만두에 이른다고 한다. 초베국립공원 코끼리들은 몸집이 크지만 상아가 무르고 어금니가 크지 않은 탓에 1970∼80년대에 코끼리를 대량 살상했던 밀렵꾼들의 손에서 벗어나 그 수가 많아졌다고 한다.
카사네에 도착한 나는 초베 강이 보이는 한적한 호텔에 방을 잡았다. 보통 초베국립공원에서는 한나절 사파리를 즐기고 난 뒤, 저녁에는 초베 강에서 크루즈를 타고 어린 코끼리의 목욕장면이나 하마 무리를 보는 것이 정석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2주 후 탄자니아에서 야생동물을 실컷 구경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오전 사파리에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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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베국립공원에 들어서니 한가롭게 물을 마시고 있는 사자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
초베국립공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한가롭게 물을 마시고 있는 사자의 모습이다.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보는 첫 사자다. 하지만 암놈이라 커다란 갈기가 없어서인지 생긴 것은 기대에 못 미친다. 그래도 바로 눈앞에서 사자를 보고 있노라니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사자를 향해 사진기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데 사자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사파리 차 옆에까지 다가온다. 처음에는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곳 사자들은 사파리 차에 익숙한데다가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면 다시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다소 마음이 놓인다.
한동안 사자의 모습을 구경하고 좀 더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코끼리 무리가 보인다. 코끼리는 습성상 더위를 못 참는 듯 계속 몸에 진흙을 발라 대고 있다. 온몸에 빨간 진흙을 묻힌 코끼리는 다른 종자라고 생각하고 가이드에게 “저건 무슨 종자냐”고 엉뚱한 질문을 했다. 가이드는 웃으면서 코끼리가 진흙 팩을 한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코끼리를 실컷 구경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니 하마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하마는 물속에서 잠만 자고 있다. 하마는 피부가 건조한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땡볕이 내리쬐는 낮 동안에는 물 밖으로 눈만 멀뚱멀뚱 내밀고 있다가 오후 늦게 되어야 온몸을 드러낸다고 한다. 해질 무렵 초베 강의 크루즈를 타면 하마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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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으로 가는 길. 코끼리 가족이 한가로이 길을 건너고 있다. |
다음날 오카방고델타를 구경하기 위해 마운(Maun)으로 가는 날이다. 나는 카사네에서 오전 버스를 놓치고 쉐케(Sheke)라는 곳에 나가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커다란 도로 한가운데서 차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나는 2시간 동안 허탕을 치고 난 후 가까스로 행선지가 맞는 픽업트럭의 짐칸에 올라탔다.
마운까지는 무려 600km의 거리. 계속 비가 내리고 바람도 매우 심해 고개를 푹 숙이고 갈 수밖에 없었다. 한 참 달리다가 고개를 슬쩍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져 있고 커다란 바오밥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가끔 도로 옆을 지나는 코끼리 모습도 눈에 들어오는 게 야생의 자연 속을 달리고 있는 기분이다.
무심의 경지에서 마냥 풍광을 즐기며 몇 시간을 달리자 조금씩 주위가 어두워지더니 적막이 감돌기 시작한다. 다니는 차도 거의 없고 어둠 속에서 가끔 소떼들이 길을 막을 뿐이다. 오후 8시가 넘으니 주위는 완전히 암흑으로 변하고 픽업트럭의 전조등 줄기만이 도로를 비출 뿐이다. 오후 9시 반에 드디어 마운에 도착했다. 장장 7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달려온 것이다. 몸은 매우 지쳤지만 평생 다시 해보지 못할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나중에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아프리카식 여행을 한 하루였다.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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