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부적응” “병때문에” 원인 다양
강력범죄로 이어져 사회문제화 지난 4월 17일 30대 무직 남성이 일본의 아이치(愛知)현 도요가와(豊川)시에서 자신의 부모와 형제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하는 끔직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살짜리 어린 조카에게도 칼을 휘둘렀고, 범행 후 집에 불까지 질렀다. 범인은 경찰에서 “아버지가 인터넷을 멋대로 끊어버려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그는 15세 이후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인터넷만 해온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다.
일본 열도가 이 같은 히키코모리의 증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내각부의 전국 실태조사 결과, 히키코모리는 70만명, 히키코모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친화군(親和群)’은 15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내각부는 지난 2월 전국 15∼39세 남녀 3287명을 대상으로 히키코모리 실태를 조사한 뒤 이 결과를 전체 인구로 추산했다.
내각부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서 취미나 용무가 있을 때만 외출한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생필품 구입을 위해 편의점에 간다’, ‘자신의 방에서는 나가지만 집밖으로는 나가지 않는다’, ‘자신의 방에서 거의 나가지 않는다’ 등의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히키코모리로 분류했다.
히키코모리는 남성이 66%로 여성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30대가 4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반면 히키코모리 친화군은 여성이 63%, 10대가 31%였다. 히키코모리가 된 계기는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와 ‘병 때문에’가 각각 23.7%로 가장 많았고, ‘취직이 여의치 못해서’가 20%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히키코모리 친화군 가운데 10대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는 197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1990년 중반 이후 사회문제화됐다.
히키코모리는 장기간 방치되면 우울증이 심해지거나 사회에 대한 반감이 커져 자살이나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메이세이(明星) 대학의 다카쓰카 유스케(高塚雄介) 교수는 “히키코모리 친화군에는 젊은이들이 많다”면서 “이런 젊은이들이 사회에 나가면서 겨우 유지해온 친구관계가 멀어진다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없게 되면서 히키코모리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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