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미 끝난 수사를…” 곤혹 수사가 끝난 지 1년이 훨씬 넘은 ‘박연차 게이트’의 여진(餘震)이 끈질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8·8 개각’에 포함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공직 후보자 2명이 ‘박연차 게이트’ 유탄에 맞아 통과 여부를 자신하기 힘든 모양새다. 검찰은 미완으로 끝난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청문회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상황에 부담을 느끼며 정치권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24∼25일 열리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선 김 후보자가 경남지사 시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는지 여부가 집중 거론될 전망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해 6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 후보자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줄 참고인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참고인 중지’라는 다소 어정쩡한 처분을 내렸다.
대검 중수부는 6개월이 지난 올해 초에야 “수사 결과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정식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김 후보자는 이를 근거로 ‘결백’을 강조하지만 야권은 추가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참고인을 조사하지 않은 채 수사를 끝냈다”는 의혹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김 후보자 ‘중용’ 방침을 전해 들은 검찰이 걸림돌 제거를 위해 서둘러 ‘면죄부’를 줬다는 뜻이다. 검찰은 “해외 거주 참고인 조사 여부 같은 구체적 수사 상황에 대해선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23일 예정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도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서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조 후보자 발언은 애초 ‘해프닝’ 정도로 여겨졌지만 갈수록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지내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이인규 변호사가 차명계좌 존재를 명백히 부인하지 않고 “청문회에 나가면 사실대로 말할 것”이란 미묘한 입장을 밝힌 게 기폭제가 됐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특별검사 도입까지 제안했다.
검찰은 특검론에 당혹해하고 있다. 특검이 이뤄지면 이는 사실상 ‘박연차 게이트’ 재수사에 해당하는 만큼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검찰은 큰 상처를 입을 게 뻔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미 끝난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정쟁 소재로 활용하려는 건 옳지 못하다”며 “돌아가신 분을 상대로 특검을 하자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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