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 이어 전투화 '불량'… 군 검수기능 있나

"납품하면 끝" 독과점 생산업체 인식 고쳐야

국방부가 무려 8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개발해 기존 전투화에 비해 10%나 가볍고 방수성능은 4배나 향상됐다고 자랑하던 신형 전투화가 불량품 투성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신형 K21 전투장갑차에 이어 신형 전투화에서도 불량품이 발생하면서 군수품 납품과정에서의 비리의혹과 함께 군의 검수 기능 및 능력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방위사업청과 국회 국방위 소속 송영선 의원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군에 납품된 ‘봉합식’ 신형 전투화 43만6750켤레 가운데 4035켤레가 뒷굽이 떨어지거나 물이 새는 불량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군화 밑바닥 전체를 접착제로 붙이는 ‘접착식’ 전투화도 올해 12만 켤레가 납품될 예정이었으나 1만2000켤레가 납품된 상태에서 20여 켤레가 불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형 전투화는 기존 봉합식과 사출식 전투화를 개량한 2종과 신규 접착식 전투화 등 모두 3종으로, 신세대 장병의 체형 변화를 고려해 모형과 디자인을 개선하고 경량화한 것이다.

국방부는 작년 8월 신형 전투화 개발을 발표하면서 방수기능이 기존 제품보다 4배 이상 강화됐고 발에서 발생하는 습기나 열을 쉽게 배출할 수 있도록 통기성도 높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작년 3월 전투적합 판정을 받은 신형 전투화가 7개월 후 생산되면서부터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전투화 불량 문제의 핵심은 ‘바닥창’에 있다”며 “문제가 된 봉합식 전투화의 바닥창은 J단체에서 생산해 납품중이나 작년 군의 검사때는 J단체가 만든 것이 아닌 T업체에서 만든 것으로 통과가 됐다”고 말했다.

납품과정에서 업체가 다시 재하청을 줬다는 의미다.

그는 “접착식 전투화도 작년 T업체에서 납품한 2만7000여 켤레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J단체의 바닥창으로 만든 3개 업체 중에서 생산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에 생산돼 육군훈련소에 납품된 것뿐 아니라 해병대에 납품된 것에서도 하자가 발생했다”면서 “그런데도 국방부나 방사청은 작년에 불량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무려 8년에 걸쳐 개발했다며 자랑하던 신형 전투화의 뒷굽이 벌어지고 물이 샌다니, ‘물먹는 하마’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군용물품, 특히 전투화 불량은 군 전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불량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투화 불량에 앞서 작년 12월과 지난 7월 두 차례 침수 사고가 난 K21 전투장갑차도 설계 결함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일각에서는 군수품 검수 기능을 담당하는 국방품질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병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