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향력 확대와 무관치 않아 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인가.
지난달 7일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제도)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 나포로 빚어진 중일 양국 갈등의 앙금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아서 갖게 되는 우려이다. 물론 중국이 대일 희토류 금수 조치를 풀고 일본인 구속자 3명을 석방함으로써 양국의 갈등이 완화되는 형국이지만, 과거 같으면 양국의 영사관 차원에서 협의해 끝날 수도 있었던 사건들이 정상급 외교전을 넘어서 양국 국민의 감정의 대립으로 치닫고 급기야 미국과 러시아까지 끼어드는 양상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과 중국의 글로벌 외교전이 확대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가 미국이 중국과 주변국 간의 영토분쟁에서 평화적인 중재자를 자처, 다자적 해결을 지지해 중국을 간접적으로 포위하며 아시아 영향력 재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
이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강대국들, 특히 미·중·일 간의 힘겨루기 시험대가 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급부상한 중국은 지역 차원만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과 협력도 하지만 힘겨루기도 하고 있다. 지난 7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남중국해 영토분쟁에 대해 중재자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과 천안함 사건 이후 서해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하는 것 등이 중국에게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이는 미국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이유에서이지 미국과 대결하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내해쯤으로 여기는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 미국도 중국과 대결할 의사는 없고 샅바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주요한 이유로는 중일 양국의 국내정치적 요인과 민족주의적 정서를 들 수 있다.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물러나고 간 나오토 정부가 좁아진 국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후텐마 기지 문제로 소원해졌던 미일 관계를 다시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중국도 후진타오 정부 이후의 리더십 후계체제가 구축되어가는 과정에서 군부의 목소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일 관계가 다시 공고해지는 듯한 시점에 간 나오토 정부를 시험해 본 것일 수도 있다.
중일 간의 대결 양상이 미일 대 중러의 힘겨루기로 계속해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과 일본 모두 협력의 필요가 있으며 미국도 중일 간에 조정 역할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원하지 중국과 대립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무엇보다 안정을 위한 동아시아의 안보협력 기제를 수립해야 한다. 강대국들의 국내정치적 사정과 힘겨루기에만 맡겨 놓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중일 간 기싸움에 말려들 필요도 없지만 수동적인 자세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한·중·일 정상회담의 사무국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이를 동북아 안보협력협의체로 발전시켜 나갈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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