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 증발설은 군인공제회(이하 군공)와 화인파트너스가 큐릭스 지분 30%를 태광그룹에 판 금액과 그룹이 공개한 취득 금액이 서로 맞지 않아 생겼다.
24일 군공과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두 기관은 2006년 12월 큐릭스 지분 30%를 인수하고서 옵션계약에 따라 해당 주식을 1천160억~1천170억원 가량에 태광 측에 팔았다.
그룹이 공개한 액수는 이와 달라 각종 의혹을 낳고 있다.
큐릭스를 합병한 계열사 티브로드홀딩스는 공시 보고서와 방송통신위원회 제출 자료를 통해 지분 100%를 3천971억원에 취득했다고 전했다.
이중 70%(약 409만주)는 큐릭스 창업자인 원재연씨 측에서 2천584억원에 샀다고 밝혀, 군공과 화인의 나머지 30% 지분에는 1천387억원을 썼다는 결론이 나온다.
군공과 화인이 판 액수(1천160억∼1천170억원)보다 무려 200억원 가량이 많은 것이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지난 22일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이 회장 측이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검찰에 제보한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도 "태광이 관여한 제3의 업체가 군공ㆍ화인과 티브로드 거래에 끼어들어 차액을 챙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태광 측은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차액이 생긴 경위에 함구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200억원대 금액을 비자금으로 가져갔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해당 금액은 검찰 수사로 밝혀질 내용이라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인수합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돈이 M&A 과정에 들어가는 제반비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체들이 M&A 주간사에 낸 수수료와 법률 자문료 등을 인수금액에 포함하는 사례가 간혹 있다는 것이다.
해당 실무에 밝은 한 법조계 인사는 "제반비용 약 200억원이 비싸기는 해도 큐릭스 인수규모 등을 볼 때 터무니없는 수준은 아니다. 단 수수료라면 못 밝힐 이유가 없는데 (태광 측이) 왜 말을 안 하는지는 쉽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태광그룹이 큐릭스를 인수하면서 거액의 로비자금을 정·관계에 썼다는 세간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200억원의 행방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